최근 연말을 앞두고 일부 저축은행 및 캐피털 등 제2금융권 회사들이 '시스템 점검'을 이유로 온라인 대출 서비스를 중단하고 나섰다. 일반 대출 상품은 물론 햇살론 등 정책금융상품 취급마저 대폭 축소했다. 생활비 등 급전이 필요한 중·저신용자들은 제도권 금융에서 돈 빌릴 곳이 없어지면서 발만 동동 구른다. 온라인 등에서는 이를 두고 제2금융권이 연말 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신규 대출을 축소하려는 목적인데, 시스템 점검이라는 꼼수를 쓴다는 지적들이 뒤따른다.
실제 대출 비교 플랫폼 토스에 따르면 제휴 금융사 52곳 중 22곳이 내부 시스템 점검을 이유로 연말까지 대출 금리·한도 조회 결과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인지도가 낮은 2금융권 금융사 대출은 주로 토스 같은 비교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플랫폼에서 대출을 취급하지 않으면 공급량이 확 줄어든다.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와 더불어 건전성 관리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2금융권 업계의 사정을 고려하면 전반적으로 영업을 안 하는 분위기다.
중금리 대출을 줄이는 것은 시중은행도 마찬가지다. 올해 들어 고금리 현상이 지속하면서 기존 대출자산 부실이 커지자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목적으로 중·저신용자 중금리대출 상품 취급을 대폭 줄였다. 대표적인 중·저신용자 중금리대출 상품인 새희망홀씨의 경우 지난달 말 기준 4대 은행의 취급액은 1조2730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2조500억원과 비교하면 37.9%나 감소한 수치다. 계좌 수 역시 감소했는데, 지난달 새희망홀씨 계좌는 11만1310개로 지난해 말보다 36.7% 줄었다.
새희망홀씨는 은행 자체 재원으로 공급되는 정책금융 성격의 중금리대출 상품이다. 은행 재원으로 조달되는 만큼 다른 서민금융상품에 비해 공급 실적이 은행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새희망홀씨가 저소득자, 저신용자 대상인 만큼 일반적인 대출에 비해 관리하기 어려운 것도 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
문제는 제도권 금융이 중금리 대출을 대폭 줄이면서 취약차주들이 돈을 빌릴 곳이 없다는 점이다. 결국 급한 생활자금이 필요한 취약차주들이 향하는 곳은 법정 최고 금리 이상의 불법사채 시장 같은 곳일 수 밖에 없다. 금융권 안팎에서 중금리 대출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당국은 취약차주들에 대한 원활한 자금 공급을 지원하기 위해 서민금융진흥원 등 관계기관과 함께 정책상품 보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한다. 또 불법 사금융으로 몰려나는 취약차주를 보호하는 방안도 수립 중이다. 하지만 취약차주를 위한 금융 지원에 숨통을 틔워주려면 민간의 중금리 대출 활성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욱 경기가 어렵다는 전망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금융권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때다.
박진아 금융부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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