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80년대 후반 노동운동단체 동료들을 밀고한 대가로 경찰에 특채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 초대 국장이 경찰 서열 중 경찰청장(치안총감) 다음으로 높은 치안정감으로 승진했다. '프락치 논란'이 끝나지 않은 인사를 초고속으로 승진시킨 것을 두고 민주화단체를 중심으로 강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과거청산의 의무에 역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청은 20일 김 국장을 포함해 조지호 경찰청 공공안녕정보국장 등 치안감 2명에 대해 치안정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김 국장과 조 국장은 지난 6월 경무관에서 치안감으로 승진한 후 6개월 만에 또 치안정감으로 계급이 오르며 '초고속' 승진이란 평가를 받는다.
김 국장은 광주고와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특채로 경장에 임용됐다. 당시 특채 과정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핵심 관련자였던 홍승상 전 경감이 깊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총경으로 승진한 뒤 울산지방경찰청 생활안전과장, 경찰청 감찰담당관, 교육정책담당관, 경기 안산상룩경찰서장, 서울 방배경찰서장, 경찰청 보안과장을 거쳐 지난 2017년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경무관으로는 광주 광산경찰서장, 전북지방경찰청 제1부장, 서울지방경찰청 보안부장, 경기남부경찰청 경무부장,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장을 거쳤다. 김 국장은 지난 6월 치안감으로 승진한 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장으로 발령됐고, 그 다음달인 7월 경찰국 초대 국장으로 임명됐다.
경찰국 초대 국장으로 김 국장이 거론되자 민주화 운동 단체를 중심으로 의혹이 제기됐다. 김 국장은 1989년 노동운동단체인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동료들을 밀고한 뒤 그 대가로 경찰 대공요원으로 특채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국가안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사상전향 공작(녹화사업) 당시 학내 프락치로 활동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김 국장은 그러나 의혹을 전면 부인해왔다.
이형숙 추모연대 진상규명특위 부위원장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국가폭력의 카르텔을 만들어 왔던 김 국장의 승진이 단행했다는 건, 정부가 과거청산에 대해 민주적인 방향으로 가지 않고 이를 역행하는 행위"라며 "김 국장 파면을 요구하는 시위가 정부청사 앞에서 계속되고 있는데 책임을 묻지 않고 계급을 올려주는 정부에 대해 굉장히 분노스럽다"고 비판했다.
김 국장과 함께 승진 명단에 포함된 조 국장은 경찰대 6기 출신으로 출생은 경북 청송이다. 조 국장은 강원 속초경찰서장, 서울 서초경찰서장을 거쳐 지난 2019년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조 국장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파견 근무했고, 6월 치안감으로 승진한 뒤 경찰청 공공안녕정보국장으로 지냈다.
이밖에 한창훈 서울경찰청 교통지도부장, 김병우 서울청 경찰관리관, 최현석 대전경찰청 수사부장 등 경무관 3명이 치안감으로 승진했다. 새로운 치안정감과 치안감 보직은 시도 자치경찰위원회 협의를 거치고 이르면 이번 주 중 정해질 전망이다.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이 지난 9월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찰제도발전위원회에 참석해 턱을 괸 채 박인환 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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