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윤석열 대통령에게 없는 세 가지
2022-12-14 06:00:00 2022-12-14 06:00:00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정부…"
 
공존의 미학이 종적을 감췄다. 증오와 혐오만 판친다. 이념과 패거리로 피아를 가르는 '적대적 정치'가 우리의 일상을 장악했다. '비토크라시(상대 정파의 모든 것을 거부하는 극단적 파당 정치)'의 일상화다. 정책도 철학도 시스템도 없다. '자유'를 기치로 정권을 잡았지만, 검찰에 갇힌 윤석열 대통령 얘기다.
 
예상했다. 검찰 출신의, 정치경험이 전무한 0선 대통령. '반문재인' 하나로 당선된 검찰주의자 정권. 군부독재 시절 횡횡했던 소수자를 향한 폭력은 2022년 한국 정치를 관통한다. 자유는 간데없고 '박멸'과 '타도'만이 남았다. '나만 옳다는' 아시타비는 민주주의 그간을 흔드는 확신범이자 주범이다. 
 
반대편에 대한 보복은 철저한 기득권의 지배 논리다. 그 지배 논리의 기저엔 폭력이 도사리고 있다. 톨레랑스(관용)가 끼어들 틈이 없다. 선택적 정의와 선택적 의심의 확증편향만 활개를 친다. '반정치·반지성·반통합'의 축소판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①시대정신이 없다
 
'차이트가이스트', 시대정신이다. 18세기 후반 독일 철학자 '요한 고트프리트 헤르더'가 제시한 이 개념은 허공 속 관념이 아니다. 한 시대를 지배하는 정신적 경향이자, 인류 문명사를 잇는 가치 체계의 연결고리다.
 
숱한 비판을 받는 박정희 시대에도 시대정신이 있었다. '산업화'다. 이른바 '한강의 기적'도 여기서 출발했다. 한국 정치의 두 거목 김영삼(YS)·김대중(DJ) 시대의 시대정신은 '민주화'였다. 민주화를 향한 양김의 열정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참여민주주의의 핵심인 '시민 주권론'을 선보였다. 이명박(MB)·박근혜 시대 땐 '국가 선진화'와 '국민 통합'을 각각 내세웠다.
 
그러나 윤 대통령에겐 시대정신이 없다. 이는 곧 철학의 빈곤을 뜻하며 방향의 실종을 낳는다. 윤 대통령은 임기 초 '자유'를 국정운영의 기조로 내걸었지만, 통치 스타일은 되레 '반자유'에 가깝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파업에 으름장 정치로 일관한 것이나, 비판 보도했다는 이유로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배제한 것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이 존경한다는 고전적 자유론의 효시 '존 스튜어트 밀' 정신은 단연코 없다. 
 
②링컨 리더십이 없다
 
무릇 정치란 '숫자 밖'의 예술이다. 제아무리 지지율이 낮아도, 소수파여도 1%의 가능성만 있다면 퇴로를 닫지 않는 게 정치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정치란 열정과 균형감각을 가지고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뚫는 작업"이라고 했다. 베버가 말한 널빤지는 '복수의 이해관계'가 뒤엉킨 현실이다. 고차 방정식인 정치에서 '법과 원칙'만을 고수하는 것은 널빤지 자체를 걷어차는 행위다. 그래서 정치의 금기 중 하나는 '리걸 마인드(법적 사고)'다. 
 
정치는 법을 뛰어넘는 상상력의 영역이다. 고루한 '법과 원칙'만 내세우면 애초 정치가 들어설 공간은 사라진다. 응당 협치도 없다. 분열의 파편이 휘날리는 잔인한 정치만 남는다. 이래선 안 된다. 검찰 대신 야당 인사를 전격 발탁하시라.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은 남북 전쟁 중에도 반대편 인사를 중용했다. 윤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역발상'을 통한 리더십 전환이다. 
 
③연합정치 플랜이 없다 
 
작금의 정치실종 시대의 두 축은 '빠'와 '까'다. 이들은 양극단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서슴지 않는다. 당정이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방탄'에 사활을 거는 것도 지지층인 빠를 의식한 정치행위다. 정치적 국면마다 '밀리면 죽는다'라는 위기의식을 갖게 하는 빠와 까의 폭력 문화는 한국 정치를 좀먹는 '좀비'다. 누군들 연합정치를 할 수 있겠는가.
 
연합정치는 5년 단임제인 한국 대통령의 성패를 가르는 분기점으로 작용했다. 1992년 YS의 대선 승리는 앞서 3당(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평화민주당) 합당의 결과물이었다. 공교롭게도 YS의 위기는 1995년 JP(김종필 전 자유민주연합 총재)를 내쫓은 이후 가속했다. 내각제 연합으로 1997년 대선에서 이긴 DJ 역시 2001년 JP와 결별 직후 무너지기 시작했다. 
 
변해야 산다. 진화를 두려워하는 종은 도태된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야말로, 인류 역사 이래 변하지 않는 진리가 아닌가. 변화를 거부하는 고인 물엔 아첨하는 간신배만 넘쳐난다. 권력놀음의 달콤함과 결별하시라. 이를 거부하는 순간, 남는 것은 '굿바이 윤석열'이란 인사말밖에 없다.
 
최신형 정치부 선임기자 kjordan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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