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추모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우리의 권리이다. 우리는 허망히 생을 마감한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 밝히기 위해 온 힘을 쏟겠다고 선언한다."
이태원 참사로 97명의 희생자 유가족들이 10일 유가족협의회를 공식 출범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컨퍼런스홀 달개비에서 창립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참사 이후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과 미온적 정부의 대처의 분노를 표하며 이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온전한 추모, 철저히 진상규명을 위해 유가족협의회 결성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진상 규명을 위해 모든 행정적인 역할을 정부에 촉구하고 철저한 국정조사, 성역없는 수사를 통해 그날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참사 유족 170명이 함께했다.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배우 고 이지한씨의 아버지인 이종철씨가 맡았다.
이 대표는 "유족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다른 유족들과 만나 대화하고 껴안고 해야지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여당 등은 정신과 치료와 상담을 받으라며 현재까지도 연락처를 안주고 있다"며 "지난달 4일부터 오늘까지 한달 넘게 희생자 유족분들의 연락처를 확보하기 위해 미친듯이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자리는 '눈물 바다' 였다. 유족들은 참사로 희생된 자식들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며 이들의 억울함을 대신 풀겠다고 강조했다. 고 김모 씨의 어머니인 김채연씨는 "사랑하는 우리 딸이 부모의 곁을 떠난지 100일이 넘었다. 다들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데 이 세상에 너가 없다는 게 너무 힘들어서 견딜수 없다"며 "158명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힘내서 억울함과 한을 풀어주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배우 고 이지한씨의 어머니는 조미은 씨도 "내 목숨보다 소중한 자식들을 잃은 어미, 아비들이 분노하면 어떻게 될까. 오늘까지만 가장 아끼는 보물들이 제일 안전한 곳에서 환생하라고 기도하려고 한다"며 "유족들은 이 일이 투명하게 끝날 때까지 투사가 될 것을 맹세한다"고 강조했다.
유가족협의회 공식 출범과 관련해 정쟁의 재난화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여당에 대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앞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태원 사고 직후 정부는 추모주간을 발표하고 유족에게 장례비 지원 등 조치를 취했다. 또한 현재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도 진행 중에 있다"며 "지금처럼 실제로 일부 시민단체는 세월호 추모사업을 한다며 세금을 받아가서, 놀러 다니고 종북 교육에 사용했다. 이러한 횡령이 반복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의 신중 검토가 필요한 이유"라고 썼다.
이에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저희가 반정부 세력이냐. 세월호 유족들도 가족을 잃고 슬픔에 정부에 진상규명을 요구했듯 우리도 마찬가지"라며 "우리도 협의체를 왜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유족들을 모아놓고 (대통령이) 책임자로서 진정어린 사과 한마디만 해도 이렇게 까지 안왔다"고 규탄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앞서 강조한 6가지 요구인 △윤석열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 △철저한 책임규명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규명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 △희생자 추모를 위한 조치 △2차 가해 방지대책 마련 등을 위해 활동할 예정이다. 유가족협의회는 오는 16일 오후 6시 이태원역에서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잊지 말아주세요'를 주제로 49재 시민추모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10일 중구 달개비에서 창립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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