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청취율 1위' 승자의 저주!!
2022-12-05 06:00:00 2022-12-05 06:00:00
결국, 방송인 김어준씨가 올 12월을 기점으로 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단다. 같은 방송국에서 저녁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신장식 변호사 역시 같은 선택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김씨는 앞으로 본인이 하고 있는 유튜브 방송국에서 지금의 ‘뉴스공장’ 스타일로 매일 아침 청취자들을 흡수할 예정인 것 같다. 신 변호사는 당분간 지친 몸을 좀 쉰다고 한다.
 
김씨는 2016년 9월부터 지금까지 6년 3개월 동안 뉴스공장을 진행했다. 그는 2018년 1라운드 이후 20분기 째 라디오 청취율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데, 그가 성취한 청취율은 대한민국 라디오 방송 사상 전무후무한 것이다. 김씨가 편파진행을 한다는 이유로 서울시 국민의 힘 소속 시의원들이 TBS에 대한 지원을 끊어버리는 조례안을 통과시킨다고 할 때까지도 김씨는 자신의 출연료를 절반 가량 삭감하고 자구책을 마련하는 듯 했으나, 결국 서울시의 지원 조례 폐지는 확정되었고 더 이상 TBS에서 그가 설 자리는 없어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13.1%의 청취율을 기록했고 한국리서치가 실시하는 ‘2022년 4라운드 수도권 라디오 청취율 조사’에서 다시 1위를 차지했다. 
 
저녁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신 변호사의 신장개업> 역시 4.9%로 사상 최고 자체 청취율을 기록하며 3분기 연속 저녁 시사 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지만, 그 역시 서울시의 지원조례 폐지로 TBS를 떠나는 게 기정 사실화되었다. 
 
이외에도 TBS에는 청취율이 높은 프로그램이 많다. 이른바 셀럽이 아닌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들도 강세인 건 마찬가지다. <네 시 상륙작전 최장군입니다>나, <오늘도, 황진하입니다>라는 프로그램도 선전하고 있고, <라디오를 켜라 정연주입니다> 역시 지난 분기보다 29계단이나 상승해 각각 40위권, 50위권, 60위권을 차지했다. <최일구의 허리케인 라디오>도 30위권 대로 상승 진입하며 TBS 라디오의 대표 프로그램임을 입증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TBS의 선전은 놀랄만하다. 출근길 <뉴스공장>, 퇴근길 <신장개업>을 포함해서, 청취자와 소통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선전하고 있고 전체적으로 TBS FM의 점유 청취율은 16.2%를 기록해 조사 대상인 서울, 수도권 라디오 채널 20개 가운데 2위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외에, 이미 폐지되기는 했지만 TBS TV의 간판 프로그램이었던 <더룸> 역시 시청률 자체가 잡히지 않던 TBS TV의 대표 저녁 시사 프로그램으로서 시청률 1%를 넘기며 한동안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기도 했었다. 다만, 위 프로그램은 TV 프로그램의 특성상 라디오보다 제작비가 훨씬 많이 들어 이미 몇 달 전에 폐지되어 버렸다. <더룸>을 2년 동안 진행했던 필자로서는 당시 상당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고 서울시 의원들의 결정이 일종의 폭력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TBS에서 제작하는 방송들은 또한 유튜브 시장에서의 영향력 역시 엄청났다. 조회수가 폭발적이어서 그로 인해 구글에서 받는 수입도 쏠쏠해 ‘가뭄의 단비’ 같은 역할을 했다는 게 중론이다. TBS를 사랑하는 애청자들은 서울시의 탄압과 폭거에 맞서 스스로 방송국을 지키자며 한 달에 10,000원 가량 자발적 시청료를 내자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는데 이게 바로 TBS 방송국의 ‘티어로 10만’ 운동으로 발전하고 있기도 하다.
 
보통 하나의 방송국이 자리를 잡고, 대중들이 알 수 있는 간판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유지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품이 들고, 시간과 비용이 드는지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더군다나 남산에서 개국한 TBS가 서울시 산하 방송국으로 설립된 지 30년이 넘도록, 존재감도 거의 없었고 공익적 측면에서의 기여도도 거의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대한민국에서 TBS가 가지는 지금의 위상이나 국민에 대한 영향력은 실로 기적에 가까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선거 당시 TBS가 편파적인 방송을 유지해왔다면서 비난했고, 결국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서울시의 TBS 출연금은 엄청나게 삭감되더니 2024년부터는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되었다. 2021년 기준 TBS의 서울시 재정의존도가 72.8%이고, TBS가 제도적으로 상업광고를 할 수 없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참으로 상상도 할 수 없으리만치 잔인한 보복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 
 
물론, TBS 측에서 해당 조례의 위헌적 소지를 문제 삼아 행정 소송 등을 해볼 수도 있겠지만, 지루하고 끝도 없는 법정 다툼을 이어가는 동안 TBS는 만신창이가 될 것이고, TBS를 사랑했던 사람들은 실망하고 떨어져나갈 것이다. 
 
김씨의 성향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이번 서울시 의원들의 행태는 참으로 졸렬하고 치사한 것이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편파적이라고 하더라도 그 청취율이 그렇게 높고 20분기 이상 ‘넘사벽’의 1위를 구가해왔다면 단순히 편파적이라는 이유로, 혹은 단순히 듣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방송국 자체를 날려버린다는 발상이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김씨의 청취율 1위야말로 이른바 ‘승자의 저주’가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씁쓸할 따름이다.
 
노영희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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