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부사장 마약 사건',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 '던킨도너츠 식품위생법 위반', '노동조합 탄압', 'SPL 제빵공장 사망사건'… SPC그룹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다. 거대한 트렌드로 자리잡은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기준에 한참 못미치는 내용들이다. '근로자 혼자 무리하다가 사고를 당했다'느니, '안전장치 설치의무가 없다'느니 진지한 반성 없는 SPC 태도에 참다 못한 소비자들이 결국 '불매'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애먼 가맹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그룹 측은 그 뒤에 숨어버렸다. 사회적 책임을 무시하며 소비자들의 분노를 들끓게 한 SPC그룹의 문제점과 현 상황의 의미는 무엇인지 <뉴스토마토>가 짚어봤다. (편집자주)
지난달 17일 경기 평택시 SPL 평택공장에서 한 직원이 사고 기계 옆 같은 기종의 소스 교반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5일 SPC그룹 계열사인 SPL 경기 평택 제빵공장에서 한 20대 청년 근로자 A씨가 새벽 근무 도중 사망했다. A씨는 당시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소스 교반기를 가동하던 중 상반신이 기계 안으로 들어가는 사고를 당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사고 장소가 CC(폐쇄회로)TV에서 보이지 않는 사각 지대에다가 함께 근무하던 동료도 그 순간 자리를 비워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사건 발생 후 수사에 나선 경찰은 유가족들의 동의를 얻고 사망 원인 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다. 지난달 21일 '질식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국과수의 구두 소견이 나왔지만, 정확한 부검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예정이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해당 교반기에 인터로크와 같은 방호장치가 설치되지 않아 사고를 막을 수 없었고, SPL측에서 안전조치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평택경찰서는 강동석 SPL 대표와 공장장, 공장 관리자 등 총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노동부도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강 대표를 입건한 상태다.
사고 전조 현상도 꾸준히 나타났지만 확실한 조치가 없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해당 공장에서는 2017년부터 지난 9월까지 37명의 사고 재해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15명이 끼임으로 인한 부상 사고였다. 사고를 막을 충분한 기회가 있었음에도 방치해 피해를 키웠다는 뜻이다. 더욱이 사고 발생 일주일 전에도 한 근로자의 손이 끼이는 유사 사고가 있었지만 그렇다할 조치가 없었으며, 치료 과정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문제도 제기됐다.
끔찍한 사고 소식과 함께 사람들에게 더 충격을 준 건 회사측의 대처였다. 사고 발생 다음날인 지난달 16일, 해당 공장은 노동부가 9대의 소스 교반기 중 작업 중지 명령이 내려진 7대를 제외한 2대를 가동하면서 작업을 계속했다. 특히 사고가 난 교반기를 흰색 천으로 가려둔 채 동료를 잃어 충격이 가시지 않은 근무자들을 노동현장에 투입시켰다. 노동부는 오후에 나머지 2대도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으며, 사고가 발생한 층의 전체 공정을 중지하라고 했다.
SPL 모기업인 SPC그룹의 비윤리적인 행동도 이어졌다. SPC는 사고발생 이틀 후인 지난달 17일 사고와 관련된 언급 없이 파리바게뜨의 영국 런던 1호점 개점 홍보자료를 배포했다.
계열사의 비상식적인 대처, 모회사의 기사 밀어내기식 수습 등 SPC측의 부적절한 태도에 더 이상 참지 못한 국민들의 분노는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왔다. 이같은 사회적 무책임은 국민들의 공분과 함께 SPC그룹 제품을 향한 소비자 불매운동의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SPC그룹이 파리바게뜨 브랜드를 영국 런던에 첫 매장을 열었다고 지난달 16일 배포한 자료.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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