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속도조절론'을 제기했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이미 1%포인트에 달하는 한미 금리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는 만큼, 이달 말 한은이 또 한 번의 빅스텝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둔화 지표가 거듭되는 상황에서 지난달에 이어 이달 '더블 빅스텝'을 단행할 경우 경기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물가상승세 확대될 경우 빠른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겠지만 물가상승세 둔화도 예상되는 만큼, 천천히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KDI는 10일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통화정책은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지지 않도록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되, 경기둔화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 금리인상 속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통화정책을 미래지향적으로 운영한다는 관점에서 향후 경기가 지나치게 위축될 가능성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완만한 속도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과 8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는 기준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코로나19 여파로 0.5%까지 낮아졌던 국내 기준금리는 2021년 7월 0.25%포인트 인상을 시작으로 가파르게 인상됐다.
KDI는 10일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통화정책은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지지 않도록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되, 경기둔화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 금리인상 속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총 10번의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2차례 동결, 6차례 0.25%포인트 인상, 2차례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기준금리는 3.0%포인트까지 올라섰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이 주된 배경이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지난 1월까지 0.25%로 우리나라 기준금리보다 낮았다. 하지만 연준는 1월 0.25%포인트 인상을 시작으로 3월 0.5%포인트 인상, 5·6·7·9월 4차례에 걸쳐 0.75%포인트를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아왔다.
이에 따라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1%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황이다. 기준 금리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도 1400원 중반대까지 치솟은 바 있다. 현재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1300원대로 내려온 상황이나 향후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이 농후해 연말 1500원 전망은 유효한 상황이다.
문제는 금리 인상폭과 속도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대신에 '더 오래, 더 높이' 올릴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이달 24일 예정된 금통위에서 빅스텝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KDI는 "우리나라 통화정책은 국내물가와 경기여건을 중심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미국과 유로존에서 정책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고 있으나 우리 경제여건을 감안하면 그와 같은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이 요구되지 않는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근거로는 미국과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이 한국에 비해 상당폭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또 환율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자유변동환율제도의 취지에 부합, 환율 변동이 용인하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물가, 경기, 금융시스템 등 국내 거시 안정을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규철 실장은 이달 금통위의 금리인상 폭과 관련해 "경기둔화의 모습은 이미 시장금리가 올라가고 많은 부분에서 가능성이 관측이 되고 있다"며 "한국에서 몇 번 0.5%를 올렸었는데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우리 경기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물가상승세가 더 확대되면 물론 금리를 좀 더 빠르게 인상해야 될 수 있겠지만 가능하면 낮은 폭으로 인상을 하고, 저희 전망에 따르면 조금은 물가상승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천천히 인상하면서 지켜보는 시간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DI는 10일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통화정책은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지지 않도록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되, 경기둔화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 금리인상 속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외환시장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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