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는 대규모 인사태풍이 예고된 상태다. 주요 민간 금융지주회사를 비롯해 국책은행, 지방은행 등에서는 연말 연초 최고경영자(CEO)의 임기가 줄줄이 만료된다.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은 오는 12월31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각사 금융지주들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하는데다, 일부 사법 리스크도 어느 정도 해소한 만큼 현재 회장들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하지만 또 다시 낙하산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금융권 내 정부와 연관있는 인사들이 수장으로 선임되는 분위기가 커지는 등 외풍이 거셀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BNK금융지주에서는 김지완 회장이 임기 5개월을 앞두고 조기 사퇴했다. 김 회장이 BNK금융 계열사를 동원해 아들이 다니는 회사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탓이었다.
그런데 BNK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후보군에 그룹 계열사 대표 이외에 외부 인사도 포함하도록 경영승계 규정을 수정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면서, 여당측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 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연임에 무게를 싣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선 농협금융 회장들의 사례에서 기본임기 2년에 1년을 추가로 보장받는 경우가 많았다. 손 회장이 취임한 뒤 지난해 사상 첫 2조원의 순이익을 달성했고, 올해도 사상최대 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최대 변수는 정치권 등의 낙하산 인사가 될 것이란 의견이다. 농협금융은 손 회장이 선임되기 전까지 신동규·임종룡·김용환·김광수 회장까지 모두 굵직한 관료 출신들이 수장으로 선임된 바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현재는 연임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손태승 회장은 사상 최대 순익을 내고 있고,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 경고를 받았지만 이후 취소소송 1·2심에서 연이어 승소하면서 사실상 법적 리스크도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다만 최근 금융위원회가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회장에 대한 제재 카드를 다시 만지작 거리고 있어 의혹을 사고 있다. 갑작스럽게 제재 심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배경이 궁금할 뿐이다.
현재 차기 행장 공모 절차가 진행 중인 수협은행도 순탄치 않은 과정을 겪고 있다. 김진균 현 행장을 비롯해 수협 내부 출신 4명이 차기 행장에 도전했지만 인사권을 쥐고 있는 정부와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재공모를 진행해 외부 인사 2명을 새롭게 후보군에 합류시켰다.
금융권의 해묵은 논란거리인 낙하산 인사가 정권 교체 된 이후 또 반복되는 모습이다. 그만큼 국내 금융 환경이 일부 후진성을 탈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 때, 언제까지 이 같은 구태적인 논란이 반복될지 씁쓸한 맛을 지울 수 없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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