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역의 관할 지자체장인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사퇴 요구까지 받으면서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4일 용산구청 홈페이지 ‘나도 한마디’ 게시판을 살펴보면 참사 이후 130여 건에 달하는 비판이나 사퇴 요구 글이 올라왔다.
특히, 지난달 31일 16건, 1일 28건, 2일 44건, 3일 43건으로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다. 용산구에 관한 자유토론을 위해 만들어진 나도 한마디는 하루 게시글이 0~1건에 그칠 정도로 활성화되지 않은 게시판이었다.
박 구청장은 참사 이후 사고 수습을 명목으로 구청장실 홈페이지와 SNS를 닫아놓은 상태다. 그러자 박 구청장을 비판하는 여론이 유일한 구청 소통 창구인 나도 한마디에 몰린 것이다.
세 아이를 둔 엄마라고 밝힌 용산구 주민 A씨는 3일 글에서 “같은 부모입장에서 마음이 정말 아프고, 이 마음이 다 같을텐데 회피만 하고 그 자리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정말 창피하다”며 “저도 용산구 19년 거주자이지만 이런 구청장 창피하고 수치스럽다. 자리에서 내려와 자숙해라”고 주장했다.
B씨는 “진짜 참회할 사람들은 박희영이 아니라 박희영을 구청장으로 선출한 용산구민”이라며 “150여명의 죽음에 당신들도 부채감을 가져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용산에 안 살아서 정말 다행”, “애도기간 끝나는 즉시 사퇴하는 게 참사 희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촛불들고 용산구청으로 몰려가기 전에 사퇴해라” 등의 강도 높은 글이 다수였다.
4일 용산구청 나도 한마디 게시판에 박희영 용산구청장에 대한 사퇴 요구 관련 글이 올라오고 있다. (사진=용산구청 홈페이지 갈무리)
박 구청장은 참사 3일 전 관계기관 대책회의와 2일 전 구청 대책회의에 모두 참석하지 않고 비슷한 시간 열린 야유회·바자회 등 지역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사 당일엔 저녁 9시를 전후해 두 차례 참사가 발생한 장소로부터 100m 남짓 떨어진 퀴논길만 둘러보고 권영세 의원 등에게 메시지를 보냈을 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지난달 31일엔 합동분향소 앞에서 “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며 “핼러윈 데이는 축제가 아니라 하나의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책임 회피 비판이 거세게 일자 박 구청장은 1일 “송구스럽다”고 사과 입장을 밝혔으나, 여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난 3일엔 한 시민이 박 구청장에게 항의하기 위해 구청장실을 찾았으나 문을 열어주지 않자 경찰까지 부르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이날 “용산구청장이 사건 사고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이나 발언들이 국민들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며 “사고 당시에도 위험성에 대해 적절히 판단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다”고 평가했다.
용산구 관계자는 “애도기간이 끝나고 따로 입장을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민소환법은 임기 1년이 지난 선출직 공직자에 대해서만 주민소환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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