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나는 편의점에 간다
2022-11-01 06:00:00 2022-11-01 06:00:00
"나는 편의점에 간다. 많게는 하루에 몇번 적게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편의점에 간다. 그러므로 그사이 내겐 반드시 무언가 필요해진다. 여관, 피씨방, 호프집, 교회.. 편의점은 언제부턴가 그것들 틈에 말쑥한 차림의 전입생처럼 앉아있었다. 우리에게 편의점은 기원을 알 수없는 전설처럼 그렇게 왔다. 시치미를 떼고 앉은 남편의 애첩처럼."
 
김애란 소설 '나는 편의점에 간다'에서 작가는 편의점을 말쑥한 차림의 전입생, 시치미를 떼고앉은 남편의 애첩 이라고 표현했다. 집 앞 곳곳에 포진해있는 현재 편의점들이 정말 자연스레 우리 삶에 파고든 것이다. 국내에 편의점이 처음 생긴 건 언제일까. 1989년 6월,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세븐일레븐 1호점이 탄생했다. 그리고 현재 국내 편의점 5만개 시대에 살고있다.
 
편의점의 첫 이미지는 '비싸다'였다. 지금도 부모세대는 편의점을 '비싼' 가게로 인식하고 있다. 집 가까운 곳에 24시간 운영하는 곳이니 비쌀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편견이 현재까지 남아있는 셈이다. 하지만 현재의 편의점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가성비'를 생각한다. 삼각김밥, 컵라면, 도시락, 천원대 커피, 4캔에 만원 맥주, 1+1행사, 2+1행사, 제휴통신사 할인, 제로페이 할인까지. 심지어 편의점의 고객 연령대도 다양하게 분포돼있다. 어린 10대도 편의점을 찾는다. 학원시간 사이에 하굣길에 참새방앗간 처럼 꼭 들르는 곳이 됐다.
 
편의점은 만 33년간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했다. 집 앞 곳곳에 포진해 있는 편의점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매장 수가 늘어나고 있는데는 새로운 변신을 늘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은 이제 물건만 구매하는 곳이 아니다. 이곳에서 놀고 즐기고, 택배를 보내고, 은행업무까지 가능한 생활플랫폼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실제 중고거래에서 택배를 이용할 때 편의점 '반값택배'를 주로 이용하게 됐고, 아플때는 안정상비 의약품을 늦은 시간에도 구입할 수 있게됐다. 편의점업계는 타이어 렌탈, 전기바이크 예약, 보험판매, 반려견 등록, 골프채 렌탈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면서 소비자에게 한층 다가가고 있는 셈이다.
 
사회안전망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치안 서비스 거점으로 진화하면서 전국에 분포한 약 5만개의 편의점이 '공공 인프라'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아이가 길을 잃고, 범죄 위험에 처하면 편의점에 들어가 SOS를 요청할 수 있다. 업계는 POS 긴급 신고 시스템 등을 이용해 '여성아동 안심 지킴이 집'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생활 밀착형 소매 플랫폼 서비스를 잇달아 출시하면서 작년에는 처음으로 편의점이 대형마트 유통업체 매출을 넘어섰다. 올 상반기 편의점 매출비중 또한 15.9%로 대형마트 14.6%를 크게 앞질렀다. 소비자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도록 다양하고 차별화된 서비스 가 소비자를 유인하는 것이다.
 
이제 편의점은 슬세권(슬리퍼 신고갈수 있는 동네상권)의 대표주자로서 생활 서비스 접목을 통해 소비자들을 재빠르게 흡수했다. 또 다양한 팝업매장을 열면서 '사고 놀고 먹고 즐기는' 공간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만 33세 편의점의 무궁무진한 변화기 기대되는 이유다.
 
김하늬 산업2부 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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