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앞선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1승 12이닝 17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면서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끈 키움 히어로즈의 에이스는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 투수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메이저리그(MLB) 월드 투어 출전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는 그가 과거 고등학교 시절 저지른 학교 폭력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그에 대해 국가대표 선발 자격을 영구 박탈했다.
그는 올해 프로야구 정규리그에서도 30경기에서 196이닝 동안 15승 8패 평균자책 2.11점을 기록해 최고 투수로 인정받았다. 이처럼 빼어난 실력에도 그는 올해 올스타에 팬 투표가 아닌 감독 추천으로 출전했다. 학교 폭력이란 전력으로 팬은 그를 외면하고 있다. 그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주관하는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에는 발탁될 수 있지만, 이번 월드 투어 명단에서 제외되자 그의 출전 여부를 두고 야구계에서는 벌써 의견이 분분하다.
삼성전자는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기업이다. 전 세계 시장에서도 상위에 자리 잡을 정도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다. 비록 반도체 시장 침체 등의 영향으로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하락할 것이란 잠정 실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미 수치상으로 국내에서는 압도적인 위치에 있는 기업이란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그동안 쌓아 온 뛰어난 실적과 세계 시장에서의 위상에도 여전히 부정적 여론은 상존하고 있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2주기 추모식이 그제 열렸다. 재계와 언론의 기대와는 달리 당일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의 특별한 발언은 없었지만,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 취업제한이 해제된 영향인 듯 아버지 이상으로 주목받았다. 이 부회장은 올해 광복절을 맞아 복권되면서 약 1년6개월 동안 적용됐던 취업제한 규정에서 벗어났고, 이후 활발한 경영 활동을 펼치면서 고 이건희 회장 2주기에서 그룹 경영과 관련한 새로운 언급이 있을 것이란 예상이 계속해서 나왔다.
특히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와 재계의 분위기를 종합해 최근에는 회장 승진에 관한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다양한 이유와 명분을 들어 회장으로 승진해야 한다는 견해와 굳이 회장으로 승진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가 함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가 하락, 사법 리스크 등 현재의 부정적 요소는 대부분이 공감한다. 무엇보다도 지배구조 개선은 준법감시위원회 제2기 위원장이 선임된 직후 "삼성이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는 것을 추구한다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필수적인 요소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관한 의혹으로 기소된 사건도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위란 의심을 바탕으로 수사가 이뤄져 현재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회장으로 승진하든 그렇지 않든 중요한 것은 걸림돌이 될 만한 사안의 해결 또는 이를 위한 노력이다. 만일 이 문제가 그대로 남아 있다면 두고두고 여론을 통해 발목이 잡힐 것이다. 이미 벌어진 야구계의 학교 폭력과 달리 삼성의 지배구조는 앞으로 개선할 여지가 충분하다. 삼성이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지 않는 기업이 되기를 바란다.
정해훈 재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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