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의 전환을 빠르게 받아들이며 고성능 전기차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그동안 전기차들이 친환경 이미지를 앞세웠다면 이제는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퍼포먼스에 초점을 맞춘 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000270)가 최근 출시한 EV6 GT는 한국 자동차 역사상 가장 빠른 차에 올랐다.
EV6 GT는 EV6의 고성능 버전으로 후륜 전륜 모터를 더해 합산 430kW(585마력)의 최고출력과 740Nm(75.5kgf·m)의 최대토크를 갖췄다. 이를 통해 정지 상태에서 단 3.5초만에 시속 100km까지 도달할 수 있다. 최고속도는 시속 260km에 이른다.
3초대의 제로백은 수억 원을 호가하는 내연기관 슈퍼카만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EV6 GT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버렸다.
고성능 모델은 아니지만
현대차(005380) 아이오닉 6도 사륜 구동 방식을 선택하면 제로백은 5.1초에 불과하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제네시스 GV60는 순간적으로 최대 출력을 증대시키는 부스트 모드를 적용했다. 현대차는 고성능 브랜드 N을 전기차에도 적용할 방침으로 내년 아이오닉 5 N을 선보일 예정이다.
기아 EV6 GT.(사진=기아)
고성능 전기차 경쟁은 테슬라 모델S가 촉발시켰다. 500kW(670마력)를 내는 전기모터를 달고 시속 100km를 3.2초 만에 주파하는 성능을 갖춘 모델S는 전기차도 퍼포먼스가 중요하다는 점을 알렸다.
아우디는 지난해 고성능 전기차 'e-트론 GT'와 'RS e-트론 GT' 출시에 이어 올해 e-트론 S와 e-트론 S 스포트백을 들여왔다. e-트론 S의 경우 양산형 전기차 최초로 총 3개의 전기모터가 탑재됐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연내 AMG 최초의 전기차인 더 뉴 메르세데스-AMG EQS 53 4MATIC+를 선보일 예정이다.
고성능 전기차는 슈퍼카에 준하는 퍼포먼스를 내며 내연기관차의 고성능을 기대하는 소비자들을 전기차 시대로 이끌고 있다. 실제 포르쉐 전기차 '타이칸'은 지난 2월 국내 수입 전기차 판매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업계에선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전기차는 특유의 빠른 응답성과 높은 토크를 가져 다양한 고성능 모델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슈퍼카 브랜드들도 친환경차 시장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람보르기니는 순수 내연기관 차량 출시를 올해로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하이브리드 전환 이후 5년 뒤 브랜드 최초 순수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페라리 역시 2025년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페라리는 라인업에 PHEV 모델을 운영 중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엔진 특성을 가지고 브랜드 이미지가 극대화된 슈퍼카 업체들이 이제는 친환경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판매 자체가 심각할 정도로 환경 규제가 강화됐다"며 "전기차까지는 아니어도 하이브리드차가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한 만큼 고급 프리미엄 브랜드 위치도 이제는 바뀌어야 된다"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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