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구조개편 신호탄?…무너진 푸르밀에 위기감 고조
사업 다각화 없인 생존 불가능…우려 현실화
유업계, 단백질·식물성 음료 등 신성장동력 발굴 총력
2022-10-20 06:00:00 2022-10-20 06:00:00
인천의 한 편의점에 푸르밀 제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푸르밀이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사업을 접겠다고 밝힌 가운데 유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우유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는 만큼 사업 다각화없이는 생존이 불가해진다는 우려가 현실화됐다.
 
20일 유업계에 따르면 검은콩 우유 등으로 히트를 쳤던 푸르밀은 내달 30일 사업을 종료할 예정이다. 이에 푸르밀은 최근 신동환 대표 명의로 된 사업 종료 공고를 전사 메일을 통해 보냈고 370여명의 직원들에게 정리해고 대상이라고 통보했다. 푸르밀이 내세운 사업 종료 원인은 적자구조다.
 
푸르밀은 2018년 15억원의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2019년 89억원, 2020년 113억원, 2021년 124억원 등 지속적으로 적자를 냈다. 유제품만을 팔아오던 푸르밀이 유가공사업 외에 수익을 창출할만한 신규 사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대의 변화되는 흐름을 인지하지 못하고 소비자들의 성향에 따른 사업다각화·신설라인 투자 등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했으나 안일한 주먹구구식의 영업을 해왔다는 게 푸르밀 노조의 지적이다.
 
1978년 롯데유업으로 출발해 수십년간 사업을 이어온 푸르밀이 문을 닫게 되면서 다른 유업체들도 바짝 긴장한 상태다. 우유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캐시카우 발굴 등 사업 다각화 없이는 업계에서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우유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낙농협회에 따르면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00년 30.8kg에 지난해 26.6kg으로 감소했다. 비싼 국산 우유 대신 저렴한 수입 멸균 우유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도 국내 유업체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요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수입 유제품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15년 45.2%에서 2020년 53.9%로 확대됐다. 이에 2001년 약 77%에 달했던 유제품 자급률은 지난해 45%대로 떨어지며 10년 만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매일유업(267980)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한 4156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영업이익은 45.1% 줄어든 138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남양유업(003920)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 하락한 234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어 1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남양유업은 2019녀 3분기부터 12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은 유가공 사업에서 단백질 제품, 식물성 음료,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사업 중심을 옮기며 차세대 먹거리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매일유업은 단백질 제품과 식물성 음료에 방점을 찍었다.
 
매일유업은 2019년 영양식 브랜드 셀렉스를 내놓으며 단백질 식품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셀렉스의 누적 매출은 2000억원을 넘었으며 지난해 셀렉스 사업부를 별도 법인으로 분할하기도 했다. 이어 최근에는 어메이징 오트, 아몬드브리즈 등 식물성 음료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남양유업은 건기식, 케어푸드, 단백질 음료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남양유업은 올해 3월 독일 제약회사 프레지니우스카비와 사업 협업을 통해 케어푸드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프리미엄 환자 영양식인 프레주빈을 남양유업 유통망을 통해 국내시장에서 판매하고 신사업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게 남양유업의 설명이다. 이외에 서울우유협동조합은 국산 원유로 만든 치즈를 활용해 냉동피자 사업에 나서는 등 활로를 모색 중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기존 유제품에 대해서 어떻게 차별화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등 본업에도 충실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수익 개선을 위해 사업 다각화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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