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기 이자이익이 늘면서 호실적을 거뒀지만, 영업 일선 분위기는 딴판입니다. 대출 실적과 달리 매출이 줄면서 회사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영세 가맹점에선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수수료율이라 매출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에요"
한 카드사 직원은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임금 인상과 승진 인사에 소극적이라며 이 같이 토로했다.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정하면서 신용·체크카드 수수료율은 3년 주기로 조정해왔다. 수수료율 협상 과정에서 매번 갈등이 발생하면서 가맹점의 카드 결제 거부 등 소비자 불편까지 번지는 실정이다.
수수료율 재산정의 명분은 경제적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과 영세가맹점을 돕기 위한 것이다. 카드 수수료의 원가를 일정 기간마다 다시 산정해 수수료율을 내리고, 그들의 비용 부담을 완하하려는 취지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결정한 수수료율에 따르면 연 매출 30억원 이하의 중소·영세 사업장엔 결제액의 0.2~1.5%가 적용된다.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곳은 국내 사업장의 90%를 웃돈다.
수수료율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카드업계는 카드 산업의 기본적인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항변하고 있다.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적자가 심화되고 있고 이를 상쇄하기 위해 본업이 아닌 대출, 자동차 할부금융 등에 주력하는 상황이다.
그러는 사이 카드사들은 할인 혜택이 많은 알짜 카드를 단종하거나 오프라인 영업점을 줄이는 등 비용절감에 나설 수밖에 없다. 가맹업 단체들은 카드사가 수수료 부담을 가맹점에 미루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 5800여 동네마트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한국마트협회는 수개월 간 특정 카드사의 결제를 거부하기도 했다.
카드수수료 갈등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면서 결국 피해는 카드 회사, 소비자, 가맹점 등 모두가 감당하고 있다. 카드업계와 가맹점 간의 수수료율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민관 태스크포스(TF)가 출범한지 반년이 지났지만, 논의에 진척이 없다. 윤석열정부는 소상공인 등 유권자의 반발 여론이 거셀 수 있어 관련 논의에 적극적이지 않는 분위기다.
가까스로 출범한 TF가 종료 한달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연구용역 등 어떤 결과물도 없는 것은 금융당국이 방치하고 있는 것과 다름 없다. TF 종료까지 한달이 넘는 시간이 남았다. 지금이라도 카드수수료 논란의 악순환을 끊고 카드사와 영세가맹점, 소비자들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근본적 대안을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이혜진 기자 yi-hye-j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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