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자원회수시설 강등, 대화가 먼저다
2022-09-15 06:00:00 2022-09-15 06:00:00
지난 7월5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마포구청을 찾았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의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오 시장이 구청장 취임식에 참석한 것은 마포구가 유일하다. 박 구청장도 오 시장의 ‘약자와의 동행’에 발맞춰 복지교육국을 복지동행국으로 조직개편하며 호흡을 맞췄다.
 
그리고 두 달이 채 안 된 58일 후, 서울시는 새 자원회수시설 부지로 마포구 상암동을 발표했다. 마포구민 입장에선 날벼락이 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규 자원회수시설의 필요성이야 마포구민도 이해할 수 있을테다. 당장 수도권매립지엔 2026년부터 반입이 막히면서 1000t 가량을 소화할 신규 자원회수시설이 필요하다. 법적으로 2027년까지 1년 유예를 감안해도 올해 안엔 반드시 입지 선정이 이뤄져야 했다.
 
문제는 어디냐다. 아무리 과학적으로 무해함을 강조해도 자원회수시설을 기피시설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서울은 가용용지가 없는 지역이다. 게다가 자원회수시설은 주민 거주지역과 떨어줄수록 좋고 인근에 학교가 있으면 안 되고 문화재도 있으면 안 되는 등 법에서 정해놓은 기준도 까다롭다.
 
서울시는 상암동이 최선이었다고 설명한다. 선정과정은 외부 전문가로 이뤄진 위원회가 정량평가했기 때문에 비정치적으로 이뤄졌단다. 전문가 회의를 11차례나 거쳤으며 그 결과 영향권역인 300m 이내에 주거세대 수가 없고 간선도로에서 지하 소각장으로 진입이 수월한 상암동이 1위였다는 설명이다.
 
마포구민들이 반대하는 것도 '님비(Nimby)'로만 치부하긴 어렵다. 국내 쓰레기 처리의 역사에서 마포 난지도를 빼놓을 수 없다. 기존 자원회수시설 중 한 곳도 상암에 있다. 새 시설이 들어오면 2개 시설이 상당기간 공존한다. 과학적으로 유해함이 증명되진 않았지만, 인근 주민들은 악취를 비롯한 환경적 유해함까지 주장하고 있다.
 
발표 당일 박 구청장은 곧바로 정치생명까지 내걸고 ‘절대 반대’를 주장했다. 두 달 전 구청장 취임식에도 찾아가며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던 두 사람은 같은 정당 소속인 것이 무색할 정도로 현재 각을 세운 상황이다. 주민들도 곧바로 비대위를 꾸리고 현 소각시설의 반입검사를 강화하는 준법투쟁과 촛불문화제 등으로 연일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직 갈등의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마포구에서 법적 검토를 한다지만, 뚜렷한 절차적 하자가 있지 않는 이상 시유지인 부지에 자원회수시설을 막는 일이 법적으론 쉽지 않아 보인다. 감정적인 싸움만 계속되면서 이대로는 집단행동이나 충돌의 우려도 적지 않다.
 
서울시의 출구전략은 ‘기피시설이 아닌 기대시설로’다. 1000억원 상당을 투입해 상부공간에 랜드마크를 만들고 자원회수시설을 100% 지화화한다. 매년 100억원 상당의 주민지원기금도 만들 계획이다. 문제는 ‘마용성’의 마포 주민들이 이러한 당근에 쉽게 혹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차피 답은 두 가지 중 하나다. 서울시가 다른 부지를 찾거나, 현 부지를 설득해내거나. 어느 길이든 주민과의 대화가 우선이다. 오 시장이 구상한 대형 관람차 '서울아이'를 상암에 유치하든 아니면 다른 더 대단한 시설을 마포에 유치하든 실질적인 대화가 이뤄진 후에 가능한 일들이다. 자원회수시설이 들어오면 전망대가 만들어질텐데 대형 관람차가 어떤 차이점을 가져올까.
 
최근 제주도는 신규 폐기물 소각장을 공모한 결과 3개 마을에서 유치 경쟁이 붙었다. 얼마 전 경기도 화성시도 소각시설을 공모한 과정에서 5개 마을이나 유치에 참여했다. 수도 서울과 직접 비교는 어렵겠지만, 이들의 인센티브가 서울시의 인센티브보다 더 매력적이라서가 아니다. 지역에 유치하면 지역 발전을 가져올거란 기대와 이들 시설이 지역발전에 해가 되지 않을 거란 주민과의 공감대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오늘도 주민들은 밤 11시면 소각시설 앞에 모여 촛불문화제를 열고 준법투쟁을 실시할테다. 두 달 전 다른 자치구보다도 마포를 먼저 달려갔던 오 시장과 서울시는 이들을 어떻게 달랠까. 결국은 대화가 시작이다.
 
박용준 공동체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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