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이준석 대표와 국민의힘은 14일 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요건이 됐던 당헌 96조 개정 효력 여부를 놓고 맞붙었다. 이 대표 측은 당이 '비상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당헌 96조 개정이 무효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당헌 개정이 적법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나아가 당원권이 정지된 이 대표가 가처분신청 자격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황정수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이 대표가 추가로 신청한 가처분(권성동 원내대표 등 비대위원 8명 직무 정지, 전국위원회의 당헌 개정 의결 효력 정지)과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이 1차 가처분 판결에 불복해 제기한 이의신청을 심리했다. 관건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의 근거가 된 당헌 개정의 효력 여부였다. 당헌 96조 개정이 무효로 판단될 경우, 이에 근거한 새 비대위 출범 또한 무효가 된다. 이날 열린 심문은 2주 뒤인 28일에 열릴 정진석 비대위원장 효력정지 가처분 심문과 같이 결론내고 종결된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26일, 이 대표가 국민의힘과 주호영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1차 가처분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사실상의 이 대표 완승이었다. 법원이 주 전 위원장 직무를 정지시키자, 국민의힘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당헌 개정으로 총의를 모았다. 지난 5일에는 전국위원회를 열고 비대위 설치 요건인 '비상상황'에 최고위원 4명 이상 사퇴 혹은 궐위 등을 구체화하는 내용으로 당헌을 개정했다. 앞서 법원에서 문제 삼은 '비상상황'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절차적 하자를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소급적용'의 불씨를 남기게 돼 불안은 여전했다.
이날 심문엔 이 대표가 직접 출석했다. 지난 1차 심문에도 출석한 이 대표는 "어차피 지난 가처분에서 법원에서 일정한 판단을 내린 부분에 대해 불복하는 것에 대해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순탄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인용을 자신했다. 또 "이번에 당헌 개정안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소급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처분적 당헌 개정이기 때문에 법원에서 큰 고민 없이 판단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 변호인단은 이날 심문 이후 "개정 당헌의 효력에 대해 채권자(이준석) 측과 채무자(국민의힘) 측의 공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개정 당헌에 대해 "최고위원 4명이 사퇴하면 바로 당대표를 쫓아낼 수 있는 당권 찬탈 쿠데타가 가능하도록 규정됐다"며 "정당 민주주의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준석 당대표를 겨냥한 처분적 법령과 마찬가지"라며 "배현진 최고위원 등 사퇴는 이미 종결된 사실관계로, 과거에 소급하는 것을 진정소급이라 하는데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최고위원들이 사퇴한 상황에서 만든 소급입법이자, 이 대표의 궐위를 목적으로 한 처분적 입법이라는 주장이다.
변호인단은 이와 함께 "국민의힘이 소송 지연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경찰조사나 추가 윤리위원회 징계 등을 위해 이 소송의 본질과 다른 방식으로 목적을 시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공교롭게도 정진석 비대위원장 직무정지에 관한 4차 가처분 심문이 예정된 오는 28일은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열린다. 앞서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통해 이 대표의 '양두구육·신군부' 발언에 대한 추가징계를 윤리위에 요청했고, 윤리위는 이를 존중한다며 추가징계 가능성을 열었다. 최악의 경우 제명 등의 처분으로 '이준석 축출' 목적에 나설 수도 있다.
전주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반면 국민의힘 측은 이 대표가 가처분을 제기할 수 있는 자격 자체가 되지 않는다며 법원이 각하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대응했다. 이 대표가 6개월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당원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권리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주호영 비대위 체제 비대위원 직무정지 가처분' 피신청인 자격으로 출석한 전주혜 의원은 심문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비상상황' 요건을 구체화한 당헌 96조 개정이 소급적용이라는 이 대표 측 주장에 대해 "두 가지 중대한 사정 변경이 생겼다"며 "이 사건의 쟁점이 아니다"고 반론했다. 그는 "배현진 최고위원이 8월8일 사퇴서를 제출했지만, 가장 중요한 사정 변경은 8월17일 정미경 선출직 최고위원이 사퇴한 것"이라며 "8월5일 이후에 생긴 사정 변경 때문에 소급입법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를 축출하기 위한 목적의 당헌 개정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당헌·당규는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사안에 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개정한 것이어서 신청인의 주장은 지나친 억측이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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