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시가 지난달 강타한 집중호우에 대비해 도시의 방재성능목표를 50~100년 빈도까지 상향하고 지역별 목표도 세분화한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이상기후가 심해지면서 기존에 연평균 4.1회에 불과하던 시간당 3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올해에만 10회 발생했다. 특히, 지난달 8~10일 누적강우량 515mm를 기록한 동작구의 경우 시간당 최대 강우량이 141.5mm에 달해 500년 이상 강우 빈도에 해당한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달 집중호우 이후 도시의 방재능력을 올리는 데 착수했다. 각종 방재시설의 기준이 되는 방재성능목표는 30년 빈도에 해당하는 시간당 95mm를 기준으로 지난 2012년 만들어졌다. 2010~2011년 집중호우 이후 시행된 수해예방대책들도 방재성능목표에 준해 이뤄졌다.
하지만, 이번 집중호우에서 시간당 95mm 폭우를 기준으로 만든 방재시설로는 제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강남은 수년간의 공사를 거쳐 반포천 유역분리터널이 올 6월 완공됐으나 큰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피해를 봤다.
서울시는 방재성능목표를 50~100년 빈도인 시간당 100~110mm 수준까지 올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방재성능목표를 50년 빈도로 올리면 시간당 강우량은 95mm에서 100mm로 5mm 상승하는 데 그치지만, 3시간 강우가 지속될 경우 버틸 수 있는 강우량이 165mm에서 185mm로 20mm나 늘어난다.
방재성능목표 향상의 핵심은 대심도 빗물배수시설(빗물터널)이다. 이번 집중호우에서 신월빗물터널의 경우 17만톤을 소화해내면서 600세대 이상의 침수를 예방했다. 서울시는 현재 강남역·광화문·도림천 일대에 대심도 빗물배수시설을 우선 추진해 2027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집중호우에 큰 피해를 입은 강남역 일대에는 주변보다 10m 이상 낮은 지형을 감안해 시간당 110mm 이상의 폭우를 견디는 규모로 빗물터널 설치를 추진한다. 광화문과 도림천 일대에도 시간당 100mm 이상을 견딜 수 있도록 빗물터널을 만든다.
서울시는 이번 방재성능목표 조정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서울 전역에 단일 방재성능목표를 적용하는 대신 지역별 방재성능목표를 세분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강남역을 비롯한 상습침수지역의 경우 다른 지역보다 더 높은 수준의 방재능력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권현한 세종대 교수는 “전 지역에 대해 같은 방제성능목표를 적용하는 게 적절치 않다”며 “기상학적인 특성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경제, 인구 밀집도, 유동인구 등을 포함해서 지역마다 차등 적용할 수 있는 방제 성능 목표를 마련해야 우선순위를 갖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방재성능목표를 30년 95mm에서 100mm로 전체적으로 상향을 하고 강남역은 110mm까지 올리려고 한다”며 “강남역 같이 피해가 큰 지역은 지역별로 구분해서 적용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달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이 침수된 모습.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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