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자고 나면 뛰는 환율…미온적인 당국
2022-09-05 06:00:00 2022-09-05 06:00:00
"가을에 2주 이상 미국 여행을 계획했는데, 여행 기간을 줄여할 판이에요.", "앞으로는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자제하려 합니다."
 
환율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근래 부쩍 늘었다. 실제로 최근 원·달러 환율은 그야말로 '자고 나면 뛴다'는 표현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는 추세다.
 
지난 6월 중순부터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한 환율은 7월, 8월을 거쳐 이달까지 연이어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불과 이달 2일에도 원·달러 환율은 하루 1362.6원에 거래를 마치며 하루 만에 연고점을 경신한 것은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같은 원·달러 환율 상승은 미국의 강력한 통화 긴축 의지와 깊게 맞닿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년 반 동안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리고 물가가 상승하다 보니, 미국이 선제적 움직임의 일환으로 통화 긴축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때문에 환율 상승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도 겪고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현시점의 우리 경제는 환율 급등을 감내하기에 체력이 너무나 떨어져 있다. 일단 물가 상승세가 너무 가파르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7% 상승했다. 최근 6월 6%, 7월 6.3%를 기록했다가 모처럼 오름폭이 둔화됐지만 5%대 상승률은 여전히 높다.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불식시킬 정도의 상승률이 아니라는 뜻이다.
 
게다가 환율 급등은 이 같은 물가 상승 압력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모처럼 둔화하는 물가 상승세가 환율 급등으로 다시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의 무역수지가 나날이 악화하는 점도 우려스럽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무역적자는 역대 최대인 94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적자 폭 확대는 그 자체만으로도 수급상 달러 수요가 커짐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 같은 환율 문제에 대한 당국의 대응이 너무 미온적이라는 것이다. 최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환율과 관련해 "주변국과 큰 흐름에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1300원 자체를 경제 위기 상황의 증표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우리나라 환율만 절하되는 것이 아니라 달러 강세와 함께 다른 주요국의 환율과 함께 움직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재정·통화 당국 수장 모두 환율 상승이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사실 경제 관련 통계나 수치는 지표의 폭이 크게 움직여도 이를 실제 체감하기까진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상황을 주시하며 차분히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환율은 워낙 실시간으로 통계가 잡히고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장도 커 관련 당사자가 되면 이를 민감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수입 기업들이나 유학생들 입장에서 환율 상승은 그야말로 피가 마를 지경이다.
 
환율 상승이 비단 환율 자체 문제에만 머무르지 않고 우리 경제 전반에 걸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국이 여유를 두고 지켜보기보다는 보다 선제적이고 과감한 환율 안정 방안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충범 경제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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