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돼도 문제, 안 돼도 문제입니다."
새출발기금 운영방안을 접한 자영업자 단체 대표들은 하나같이 이런 반응이었다. 당장 연체로 파산 위기인 이들의 경우 새출발기금의 도움이라도 받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막상 원금 감면을 받으면 이로 인해 잃는 것도 많기 때문이다.
윤석열정부는 지난달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부실채무를 매입해 25만명의 빚을 최대 90%까지 탕감해주겠다고 발표해 모두의 귀를 번쩍 뜨이게 했다. 코로나19 영향에다 고금리, 고환율, 원자재 가격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자금난에 시달리던 소상공인들은 반색할 만한 소식이었다.
그러나 지난 28일 공개된 새출발기금 세부 운영방안을 들여다보니 당초 약속과 달라진 부분이 많았다. 총대출이 아닌 순부채로 적용 대상이 바뀌고, 지원 한도도 25억원에서 15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원금 감면 비율도 최대 90%에서 최대 80%로 바뀌었다. 처음의 발표와는 다소 달라진 모습이다.
게다가 금융위원회는 새출발기금 운영방안을 마련하면서 소상공인 측의 의견은 청취하지도 않았다. 일단 운영방안을 발표한 이후 소상공인의 의견을 들어나 보겠다는 식이다. 소상공인들의 목소리와 처지가 반영되지 않다보니 운영방안에 대해 소상공인들은 대체로 불만족스러운 모습이다.
일부 소상공인들은 새출발기금을 받기 위해 근근이 대출을 갚기보다는 지금이라도 연체를 택하겠다고 결심한 모습이다. 하지만 새출발기금을 찬찬히 살펴보면 '새출발'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경계해야 할 내용들이 많다.
새출발기금은 우선 지원금 성격이 아니다. 대가 없이 혜택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는 얘기다. 새출발기금을 이용하게 되면 부실차주의 경우 장기연체정보가 해제되는 대신 2년간 채무조정 프로그램 이용정보(공공정보)가 신용정보원에 등록된다. 이는 전 금융권과 신용정보회사(CB)에서 볼 수 있다. 2년 동안 부실차주는 신규 대출과 카드 이용·발급 등 새로운 신용 거래가 사실상 어려워진다. 부실우려차주의 경우에는 공공정보가 등록되지는 않지만 단기연체이력 등에 따른 신용하락으로 새로운 신용거래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한 자영업자는 "사회활동을 하지 못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새출발기금 대상이 되더라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연체가 지속돼 새출발기금 대상이 되지만 원금 탕감은 피하려는 자영업자도 있다. 후에 상황이 좋아져 주택을 매매하고 사업을 확장하려고 해도 전산에 남을 금융 기록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마냥 좋은 정책만은 아니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그러나 대다수 자영업자들은 새출발기금의 '원금 감면'이라는 단편만 보고 있다. 개인회생처럼 새출발기금도 자산 동결 등 금융거래 제한이라는 불이익이 따르기 때문에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존의 상환 노력을 관두고 새출발기금을 받기 위해 매진할 정도로 매력적이지는 않다는 얘기다. '빚 탕감'이라는 달콤한 단어에 속아 판단을 흐리는 일은 없어야겠다.
변소인 중기IT부 기자(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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