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예대금리차 공시, 시장 혼란 키웠다
2022-08-24 06:00:00 2022-08-24 06:00:00
‘이자장사’ 성적표로 일컬어지는 예대금리차 공시가 지난 22일 시작됐다. 예대금리차는 예금과 대출금리의 차이를 의미하는데, 이 차이가 클 수록 이자마진을 많이 챙긴다는 지표로 볼 수 있다.
 
은행별 예대금리차 공시는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다. 윤 대통령은 이를 통해 금융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고 은행간 대출금리 인하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자마진을 가장 많이 챙기는 은행이라는 오명을 피하고 싶겠지만, 은행별 비교 공시에서는 아무리 적은 차이라도 순위가 정해질 수밖에 없다.
 
예대금리차 공시 첫날 은행들은 분위기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자장사 1위 은행'이라는 오명을 받게 된 은행들은 적극 해명하고 나선 반면, 예대금리차가 낮게 나온 은행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앞장 선 결과"라며 홍보하기 바빴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는 1.04%~1.62%p으로 비슷했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등 지방은행, 토스뱅크와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예대마진은 두드러지게 높게 나왔다.
 
그렇다면 이들이 이자장사에 혈안이 된 은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대표적으로 '혁신'의 이미지를 쌓아온 인터넷전문은행은 수치상 높은 예대금리차로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됐다. 인터넷은행들의 예대금리차는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평균적으로는 3배 가까이 차이가 나고 5%대의 토스뱅크는 최대 5배 차이가 났다.
 
그러나 인터넷은행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고신용자 대신 중·저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공급해왔으며, 요구불 예금이 반영되지 않으면서 예금금리도 실제보다 낮게 측정되기도 했다. 
 
은행들의 볼멘소리를 대변하자는 것이 아니다. 은행권 역시 예대금리차 공시를 앞두고 경쟁적으로 수신 금리를 올렸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 5월 1%도 되지 않았던 수신 금리가 3개월 만에 3%를 돌파했다. 예대금리차가 과거보다 줄었다고 해도 대출금리를 내렸다기보다 기준금리 인상기조에 수신금리가 올라간 영향이 큰 셈이다.
 
수신금리 인상을 마냥 환영할 만한 일인지도 의문이다. 수신금리 인상 경쟁을 하면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금리도 따라 올려야한다. 은행의 변동금리 대출 상품의 산정 기준인 코픽스(COFIX)는 은행의 수신상품 금리가 바탕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예대금리차 공시 첫날 '시장 원리'를 강조했다. 정확한 정보를 공시함으로써 시장의 힘에 따라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문제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강조하는 시장 원리의 근간은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제도 시행 이전부터 단편적인 눈속임이 이뤄졌고, 시행 이후에도 은행별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등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이대로 둔다면 금융당국이 은행을 길들이기에 활용하는 수단이 소지가 크다. 시장 원리가 아닌 힘의 원리가 작동하는 셈이다. '그들만의 리그'로 자칫 금융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다면 결국 '빛 좋은 개살구'가 되고 말 것이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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