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사우디 발 호재로 기세를 올리는 중인 건설주들의 선두대열이 바뀌었다. 주택 강자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이 물러나고 해외 플랜트 강자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앞에 나선 모습이다.
그중에서도 현대건설이 주간 상승률 14.0%로 단연 돋보였다. 대형 건설사 중 두 자릿수 상승을 기록한 곳은 현대건설이 유일하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15일 종가 3만7000원으로 하락을 마감한 후 한 달 가까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건설 주가에 불을 당긴 주인공은 사우디아라비아다. 사우디가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네옴시티(NEOM City)를 건설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현대건설 등에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매수행렬이 이어진 것이다.
네옴시티는 사우디가 계획한 초대형 첨단도시로 서울의 44배 규모에 달한다. 사우디는 5000억달러, 한화 약 650조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친환경 스마트시티를 건설할 계획이다. 네옴시티는 크게 △미래형 도시건축물 더라인(The Line) △친환경 관광도시 트로제나(Trojena) △해상터미널 옥사곤(Oxagon) 등 3개 프로젝트로 구성되며, 2025년 1차 완공, 2030년 최종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는 11월경엔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해 네옴시티 프로젝트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이미 지난 6월에 그리스 아키로돈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네옴시티 프로젝트 중 사업비 1조3000억원 규모의 28km 철도 터널 공사를 수주했다.
사우디 네옴시티 중 옥사곤(항만·터미널) 예상도 (사진=네옴시티 홈페이지)
사우디의 대규모 투자는 원유가격 고공행진에 힘입은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밀어올린 국제유가 덕분에 사우디 등 산유국들의 국고엔 오일머니가 쌓이고 있다. 중동의 산유국들은 유가가 높을 때 벌어들인 오일머니로 대규모 토목공사 또는 원유 생산설비와 정유화학 플랜트 사업을 발주하곤 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Aramco)는 올해 3월 자본투자(CAPEX) 가이던스를 기존 400억달러(52조원)에서 500억달러(66조원)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투자 규모는 320억달러에서 대폭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네옴시티 프로젝트까지 더해진 것이다.
국내 건설사들은 과거에도 중동 산유국들의 건설 및 플랜트 사업에 참여해 큰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 2013년 GS건설과 DL이앤씨(당시 대림산업) 등이 해외 플랜트 사업에서 이른바 빅배스(big bath)를 단행하며 플랜트 사업부문을 대거 구조조정했다. GS건설의 경우 당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이후 국내 주택사업을 강화하면서 2010년대 후반 HDC현대산업개발과 함께 건설주의 강자로 거듭났다. 하지만 지난 5년간 타오르던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처지가 달라진 것이다.
덕분에 지금은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028050)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돼 해외 발 호재도 이들이 가져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은 각 건설자들의 처지가 주가에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사실 현대건설도 지난해 매출에서 국내 건축?주택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년 45.8%에서 48.6%로 확대됐다. 2020년 급감했던 실적이 2021년 양호하게 나올 수 있었던 이유다. 해외 플랜트 비중은 19.4%, 해외 건축?주택 비중은 7.6%였다. 앞으로는 실적에서도 해외 비중이 조금씩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조만간 발표될 정부의 ‘주택 250만호+α’ 공급대책이 건설주를 다시 자극하게 될지 주목된다. 그 내용에 따라 당분간 건설주의 행보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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