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2일(현지시간). 세계 경제 대통령이라고 하는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말 한 마디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뒤집어졌다.
파월 의장은 이날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침체(recession)가 일어날 수 있냐’는 질문에 “확실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그동안 금리를 올려도 미국 경제가 침체를 겪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던 파월이 처음으로 침체가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다음날 하원에서 곧바로 말을 뒤집었다. 경기 침체에 대해 “분명히 가능성이 있다”던 상원 증언의 발언을 뒤집고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의 하반기 경제 성장은 상당히 강할 것이라고 말하며 경기 침체 발언을 수습했다. 파월 의장이 말을 번복하는 동안 우리나라 시장은 그야말로 뒤집어졌다. 원·달러 환율이 13년여 만에 처음으로 장중 1300원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경기침체 우려가 부각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급속도로 확산된 영향이다.
증시에서는 개인 투자자의 투매와 반대매매가 속출했다. 파월의 폭탄 발언이 나온 그날 하루, 코스피와 코스닥이 연저점으로 추락했고, 개인 순매도 금액은 7000억원을 넘었다.
파월 의장의 세련되지 못한 의사소통이 야속했지만, 경기 침체 가능성을 부정하는 연준 이사들의 발언이 눈에 띄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와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등 '매파'로 분류되는 이들이 '경기 확장' 국면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다며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도 현재의 고용률 등 지표를 봤을때 경제 침체를 말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소신 발언이 주효했을까. 미국 증시는 저점을 무너뜨리지 않고 탄탄하게 버텼다.
우리나라 경제금융 관료들 사이에서는 '퍼펙트 스톰'이란 단어가 유행이다. '경제 원팀'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하나 같이 미증유의 경제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장이 퍼펙트스톰이 이미 왔을지도 모른다고 밝히면, 경제부총리는 관리 가능한 영역이라고 주고 받고 있다.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금융시스템의 붕괴까지 벌어질 상황이라는 것인지, 그렇다면 주식 채권은 물론 부동산까지 사지도 말고 팔지도 말고 버티라는 것인지 알 수 있는 도리가 없다.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하는 퍼펙트 스톰이 실제로 온다면 자산시장이 붕괴될 텐데 정부는 은행을 앞세워 대출금리를 내리고 한도를 올려 대출을 권하고 있다. 금융위원장은 시장상황을 봐서 공매도를 금지할 수 있다는 발언까지 내놓았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한국 경제의 몸집이 얼마나 단단해졌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취약한 부분은 무엇인지 정확한 진단과 설명이 없다. "근본적으로 대처할 방도는 없다”는 대통령의 멘트를 듣고서는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앵무새처럼 퍼펙트스톰을 경고만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갈 길이 구만리인데 '경제 원팀'으로 포장한 상명하복이자, 복지부동에 빠진 것은 아닌지 돌이켜봐야 한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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