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이번 순서는 ‘토마토TV 연중기획, 바이오시대의 주역들’입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마련되는 이번 기획은 바이오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산업부 문경미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이 두 번째 시간인데요. 어떤 기업을 다녀오셨나요?
앵커 : 메디프론은 국내 바이오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바이오신약에 대한 글로벌 임상이 진행되고 있는 기업 아닌가요?
기자 : 네, 맞습니다. 메디프론은 국내 바이오벤처기업들이 '이렇게 나가야 한다'라는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말씀드려도 무리가 없을 것 같은데요.
국내 바이오벤처들이 생긴 지도 이제 10여년정도가 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괄목할만한 성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안팎으로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인데요.
여기에는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들이는 돈과 기간의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요. 이제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는 의견과 조금 더 기다려줘야 한다는 부분이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 성공한 미국의 암젠(Amgen)을 보면, 이 회사는 적자만 15년을 이어갔습니다. 이후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큰 성공을 이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렇게까지 기다릴 수 있느냐의 문제도 있는거죠.
앵커 : 그러나 우리 기업들이 블록버스터 신약을 개발하기에는 기간도 그렇지만 자금의 문제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우리 바이오기업들이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에 도전해서 그야말로 잭팟을 터뜨릴 수 있느냐의 문젠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정말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 제약바이오시장을 놓고 보면 전체 시장의 40%를 이미 미국이 차지하고 있고, 세계 시장에서 승부할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하기에는 글로벌 대형 제약회사들이나 바이오기업들의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렇다면 어떤 전략을 취하는 것이 맞느냐로 정리되겠죠.
앵커 : 그렇다면 전략적인 측면에서.... 메디프론의 전략이 어느 정도 모델이 될 수 있다, 이런 말씀이신가요?
기자 : 메디프론의 경우를 보면 지난 1월 글로벌 대형 제약회사인 로슈와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에 대한 초기 기술을 수출해서 전체 34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메디프론은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제약회사에 기술을 수출해서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서 미래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방안을 구상했고 로슈와의 기술 수출 건도 이러한 전략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 전략이 중요하다는 말씀 같은데요. 메디프론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한 번 볼까요.
기자 : 메디프론은 원래 IT유통과 컨텐츠 제공을 주로 하는 디지털콘텐츠 회사입니다. 신약 개발은 100% 지분 투자를 하고 있는 자회사 디지탈바이오텍을 통해서인데요. 디지탈바이오텍이 개발하고 있는 신약은 크게 두가지 분야입니다. '신경병증성 치료제'와 '알츠하이머' 분야로 주로 중추신경계 질병치료제에 대해서만 개발하고 있습니다.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으로는 드물게 해외 제약업체에 4건, 국내에 3건의 기술을 수출했고, 이들과 현재 공동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앵커 : 다음달 이 자회사인 디지탈털바이오텍에 대한 합병이 이뤄진다는 소식이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 오는 10월 12일자로 흡수합병이 예정되어 있는데요. 사실 디지탈바이오텍은 지난 2006년 주식교환 방식으로 메디프론을 통해 코스닥에 우회 상장했습니다. 그 동안 합병 차익 과세 문제로 이제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추게 됐습니다. 이번 합병을 계기로 효율적인 파이프라인을 추가하고, 기술 수출을 배가하는 등 매출을 증대시키겠다는 복안입니다.
앵커 : 이 자회사가 서울대 교수들로 구성된 신약 개발팀 아닌가요?
기자 : 네 그렇습니다. 디지탈바이오텍은 1999년 서울대 의과대학과 약학대학 교수가 주축이 돼 설립됐는데요. 신약 후보 물질 개발, 타겟팅, 임상에 이르는 전 과정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자체 신약 연구개발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입니다.
특히 경영과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묵현상 대표와 묵인희 교수가 남매지간이구요. 정민환교수와 묵인희 교수가 부부 사이로 공동설립자들이 모두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도 주목할만 합니다.
앵커 : 이 회사가 개발하고 연구개발하고 있는 신약 분야, 크게 두 가지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기자 : 먼저 신경병증성 치료제 분야인데요. 쉽게 설명드리자면 '몰핀‘ 아시죠? 이것은 주로 암환자의 진통제나 수술을 갓 마친 환자를 대상으로 처방되는데요. 문제는 이게 마약성 약이라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메디프론의 신경병증성 치료제는 비마약성 치료제구요.
메디프론은 2005년 6월과 2007년 4월에 독일의 진통제 전문 제약사인 그루넨탈 (Grunenthal GmbH) 에 총 2건의 신약을 라이선스 아웃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TRPV1 Antagonist(바닐로이드계 길항제-신경병증성 치료제)는 최근 전임상 실험에 성공해 4000만 유로의 계약규모 중 현재까지 400만유로(약 62억원)가 기술료매출로 이미 반영됐는데요.
'신경병증성 치료제’는 2008년 기준 전세계 시장 규모가 약 60억 달러로 회사가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2015년이면 그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메디프론은 그루넨탈과의 경상 로열티를 순매출액의 5%로 계약해서 2015년 판매가 시작될 경우, 매년 최소 500억원의 수입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요
메디프론의 신경병증성 치료제(TRPV1 Antagonist)는 현재까지 글로벌 제약사인 머크, GSK, 릴리, 암젠 등이 연구를 진행했지만, 임상 단계에서 이상 발열이 발생하는 부작용이 발생해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그루넨탈과 메디프론의 신약은 이상발열 부작용을 해결하는 데 성공했고, 전 세계에서 임상 단계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이 약의 대용으로 처방되고 있는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우울증치료제 심발타(Cymbalta)와 화이자(Pfizer)의 간질치료제인 리리카(Lyrica)를 대체할 경우, 신경병증성통증 치료제 분야의 히든카드가 될 전망입니다. 이 신약은 올 하반기에 유럽과 미국에서 임상이 동시에 진행될 예정인데요. 올 연말에 여기에 대한 계약금 중의 일부인 170만 유로 우리 돈으로 26억원이 들어올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앵커 : 나머지 하나는 알츠하이머 치료제죠?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기자 : 메디프론은 지난 1월 글로벌 제약사인 로슈(Roche)에 알츠하이머 치료 후보 물질에 대한 공동연구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전체 계약금액은 2억9000만 달러 우리돈으로 약 3400억원 규모로 연구개발이 진행되는 각 단계에 따른 계약금이 매출로 발생하게 됩니다.
먼저 현재까지 시판되고 있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살펴보면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Pfizer)의 아리셉트(Aricept)와 노바티스(Norvatis)의 엑셀론(Exelon) 등이 대표적인데요. 문제는 이 약들이 근본적인 발병원인을 치료하지 못하고, 일부 환자의 경우(약 20%)에 한해서 일시적으로 증세를 완화시키는 효과를 보인다는 점입니다. 메디프론의 신약이 갖는 장점이 무엇인지 전문가의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이지우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입니다.
[인터뷰 : 이지우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
"현재 노인성 치매를 치료하는 약물에는 5개 정도가 있는데, 사실 이러한 약물들은 증상을 완화하는거지 치료하는 게 아닙니다. 노인성 치매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현재 알려진 기전이 즉, 뇌 안에 '베타 아밀로이드'란 단백질의 양을 줄이는 억제하는 게 가장 중요한 기전이 되겠는데, 현재 유일하게 임상 시험 중에 있는 약물이 화이자에서 개발한 'RAGE' 전달자의 억제입니다. 'RAGE'란 단백질은 혈관에서 뇌로 '베타 아밀로이드'를 전달시키는 수송 단백질인데요. 그 기능을 억제할 경우, 혈관에 있는 베타아밀로이드가 뇌 안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치매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됩니다."
기자 : 현재 화이자는 이 신약에 대해 임상 2상 단계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메디프론의 RAGE 억제제는 전임상에서 화이자의 물질보다 우수한 결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안에 전임상이 끝나고 임상 1상에 진입하게 된다면 로슈로부터 180억원이 현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이와 함께 올 연말 세계 최초로 알츠하이머 진단키트를 선보일 예정인데요. 혈액을 이용한 알츠하이머 진단키트는 내년 예상매출액이 60억원이며, 매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이 기대됩니다.
앵커 : 지난해 매출 궁금해지는데요.
기자 : 메디프론은 지난해 IT유통과 디지털컨텐츠 제공 비율이 늘면서 매출은 전년대비 21% 증가한 108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적자에서 5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는데요. 그러나 메디프론은 매년 자회사 평가 손실로 인한 지분법 손실이 19억원씩 발생해 영업외비용으로 반영됐고, 당기순손실이 13억원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내년 IFRS(국제회계기준)가 도입되면 비용 손실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메디프론의 지난 상반기 매출은 55억8000만원, 영업이익은 9600만원을 기록했는데요. 여기에 올 하반기 자회사인 디지털바이오텍 흡수합병에 따라 기술 수출 계약 건에 따른 수입이 메디프론의 매출로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앵커 : 이 회사 재무구조를 보면 CB나 BW 발행이 전혀 없는데요?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순수하게 특화된 분야에 대해 기술 수출을 하겠다는 계획을 통해서 대형 제약회사에 초기 기술을 수출하는데 성공했고, 거기에서 발생한 자금으로 또 다른 기술을 연구하는 구조입니다. 앞으로의 전략을 들어봤는데요. 묵현상 메디프론 대표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 : 묵현상 메디프론 대표]
"저희 회사는 작은 기업입니다. 종업원 40명이 채 안되는 회사입니다만, 저희 파트너들은 전부 글로벌 회사들입니다. 또한 저희 경쟁사들도 글로벌 회사입니다. 저희가 한국에 위치하고 있지만, 저희도 글로벌 선수입니다. 이런 파트너십의 결과로 기술료 유입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저희 회사는 국내 바이오벤처로서는 거의 유일할 정도로 영업이익을 시현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저희 목표는 글로벌하게 기술을 개발해서 판매하는 그런 회사가 될 예정으로 있구요. 앞으로도 알츠하이머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몇몇 종류에 대해서는 또다른 계약이 이뤄질 것입니다. 현재 로슈나 그루넨탈 계약 말고도 또다른 다국적 제약사들과 계약이 추진되고 있고,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 처음에 국내 바이오벤처들에게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말씀 하셨는데요. 왜 그런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 묵 대표는 앞으로 전체 10개의 신약에 대한 파이프라인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는데요. 2014년말이나 2015년이면 현금이 2000억원 정도 쌓여있게 되고, 이걸 바탕으로 글로벌 임상을 직접 시행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 후 미국 FDA나 유럽 EMEA를 통해 신약에 대한 허가가 난다면 각 지역별로 대형 제약회사에 이 판권을 팔겠다는 전략인데요. 미국의 길리어드(Gilead Sciences)나 버텍스 제약회사(Vertex pharmaceuticals)처럼 약에 대한 생산이나 제조 판매가 아닌, 기술 개발을 통해서만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입니다. 우선 그 가능성은 이미 보여주고 있는 기업이 아닌가 합니다.
앵커 :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군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뉴스토마토 문경미 기자 iris060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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