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기아(000270) 2세대 니로 EV에 중국산 배터리가 들어가면서 자동차 부품의 중국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기차 부품 대부분이 중국에만 의존하고 있어 앞으로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국산 전기차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니로 EV에는 중국 CATL의 64.8㎾h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됐다. 1세대에는
SK(034730)온 배터리가 적용됐다.
현대차(005380)그룹의 내수용 모델 가운데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향 전기차에는 CATL 배터리를 탑재해왔다.
기아는 "전기차 배터리 수급 다변화와 안정화 차원에서 CATL 제품을 탑재했다"는 입장이다.
CATL은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로 지난해 현대차그룹 3차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된바 있다.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현대차 아이오닉6에도 중국향에는 CATL 배터리가 들어간다. 현대차그룹 전용 전기차에는 대부분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373220) 배터리가 쓰이고 있다.
신형 니로 EV.(사진=기아)
2011년 설립된 CATL은 창업자 쩡위친 회장이 앞서 세운 스마트폰 배터리 회사 ATL에서 차량용 배터리 부문이 분사해 독립한 회사다. ATL은 일본 TDK에 인수됐지만 ATL과 CATL은 지난해 4월 배터리 패키징 설비 제작 합작사를 발표하는 등 관계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에선 기아가 원가 절감 측면에서 CATL의 배터리를 사용한 것이란 추측이 나오지만 중국 배터리 기술력이 한국을 많이 따라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CATL의 주력 제품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다. LFP 배터리는 가격이 저렴하지만 에너지 밀도가 떨어진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프리미엄 전기차에 한국 배터리 업체의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CATL이 삼원계 배터리까지 개발하면서 현대차그룹은 물론 글로벌 완성차 업체 물량을 두고 국내 업체와 경쟁하고 있다. 이미 CATL은 2025년부터 BMW그룹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CATL이 중국 내 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성정하다 이제는 삼원계 배터리까지 개발하면서 선진시장으로 본격 도약하기 위한 그 첫 단추로 한국을 먼저 공략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산 배터리가 현대차그룹에까지 공급되면서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 수입의 중국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동차부품 수입 중 중국 비중은 2000년 1.8%에서 지난해 34.9%로 증가했다. 올해 1~4월도 36.2%에 달한다. 특히 전기차 부품은 거의 중국에만 의존하는 상황이다. 전지소재 중 음극재는 83%, 양극재, 전해액, 분리막은 각각 60%이상 중국에 의존 중이고 원자재는 흑연 100%, 망간 93%, 코발트 82%, 니켈 65%, 리튬 59%를 중국에서 가져온다.
(사진=CATL 홈페이지 캡처)
중국은 배터리뿐만 아니라 국내 전기차 시장도 두드리고 있다. 중국 1위 전기차 업체 BYD는 내년 전기차를 국내에 공식 출시할 계획이다. 이미 국내 전기버스와 초소형 전기차 시장에선 중국산이 장악했다. 지난해 국내 전기버스 판매량 1275대 중 중국 브랜드는 480대로 37.6%의 비중을 차지했다. 중국산이 약 40%를 차지하지만 나머지 60%도 핵심적인 모듈은 중국에서 가져온다.
초소형 전기차의 경우 모듈은 물론 모터, 배터리까지 모두 중국에서 들여온다. 르노코리아 '트위지'와 디피코 '포트로'를 제외하면 국내 유통되는 초소형 전기차 대부분이 중국산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다. 업계는 차량 플랫폼을 제작할 기술력이 약하고 자금력 한계로 중국산을 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메이드 인 코리아 속에 들어가는 핵심적인 부품들이 중국산으로 물들기 시작하면서 종속도가 높아지고 있어 우려가 크다"며 "가격경쟁력에 최근에는 품질까지 우수해지면서 국내 완성차와 배터리업계도 품질 및 기술의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차그룹이 타이어는 물론 배터리 등을 채택할 때 국내외 구분없이 기회를 제공하고 우수한 업체들을 선정하기 때문에 꼭 국산이 아니더라도 중국산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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