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제네시스 신차에 한국·금호·
넥센타이어(002350) 등 국내 타이어 빅3 제품이 여전히 채택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브랜드 출범 6년 만에 글로벌 판매 20만대를 돌파한 제네시스의 타이어는 해외 브랜드가 독차지하고 있다. 국내 타이어업계는 반도체 수급난으로 공급량이 줄어든 데다 국내 완성차의 외면까지 더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 라인업 신차용 타이어(OE)는 수입 브랜드가 공급하고 있다. 올해 출시된 GV70 전동화 모델에는 미쉐린 타이어, 신형 G90에는 피렐리(19인치)·미쉐린(20인치) 타이어가 장착됐다.
G80는 피렐리·콘티넨탈 타이어, GV80는 피렐리·미쉐린 타이어가 채택됐고, 제네시스 순수전기차인 GV60도 미쉐린 타이어가 적용됐다. G70 브리지스톤·미쉐린 타이어, 제네시스 순수 전기차인 GV60에도 미쉐린 타이어가 들어간다. 제네시스 라인업에서 국산 타이어 제품은 전무한 상황이다.
제네시스는 품질이 좋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수입 타이어 공급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국산 타이어가 제네시스에 공급이 힘들어지기 시작한 건 2015년부터다.
제네시스 G90.(사진=제네시스)
2013년 출시된 제네시스 G380, G330에 탑재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161390)지의 노블2에서 소음과 진동 등이 발생해 소비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2015년 3월 콘티넨탈 타이어로 무상교체가 이뤄진 바 있다. 대상 모델은 4만3000대에 달했다. 당시
현대차(005380)와 한국타이어는 리콜 충당금을 놓고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타이어 결함이 드러나며 제네시스로 고급차 시장에서 입지를 쌓고 있던 현대차는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한국타이어는 현대차그룹 전기차에서도 외면 받고 있다. 아이오닉5와 EV6 타이어 공급사에
금호타이어(073240)와 넥센타이어가 추가됐지만 한국타이어는 채택되지 못했다.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 뿐만 아니라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 K5 등 중형세단에도 수입 타이어를 채택했고,
기아(000270) 카니발과 쏘렌토에도 수입 타이어를 장착했다.
이와 관련 이수일 한국타이어 사장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사장은 지난 25일 충남 태안에서 열린 '한국테크노링' 준공식에서 "전 세계적으로 포르쉐, BMW,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등 모든 곳에 납품하는데 제네시스에는 외산 타이어가 납품되고 있다"며 "제네시스 차량을 개발할 때 타이어 커뮤니케이션에 에러(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차도 우리의 타이어 개발 능력을 인정하고 믿기 때문에 긴밀하게 협조하면 자연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타이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산 타이어가 국내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OE 비중은 2017년 32.8%에서 2020년 23.6%로 떨어졌다.
완성차 업체 OE로 채택되면 타이어 브랜드 이미지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교체용 타이어(RE)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한국타이어가 품질을 더욱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대차그룹과 국산 타이어 업계의 관계가 틀어진 것이 아니라 현대차그룹 타이어 평가요소에서 아직까지 (품질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해외 브랜드와 비교해 기술적인 우위를 가져가는 것은 물론 영업능력도 키우면서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 전기차 전용 타이어 '아이온'.(사진=한국타이어)
타이어 빅3는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현재 포르쉐 타이칸, 아우디 e-트론 GT, 폭스바겐 ID.4 등 글로벌 전기차에 OE를 공급하고 있다. 공급 모델은 '벤투스 S1 에보3 ev'로 초고성능 스포츠 타이어다. 이달부터는 유럽시장에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을 론칭했다. 여름용, 겨울용, 사계절용까지 풀 라인업을 완성했다.
금호타이어는 'K-사일런트' 흡음 기술이 적용된 공명음 저감 제품인 '크루젠 HP71'과 '엑스타 PS71'을 공급한다. 낮은 회전저항, 내마모성, 높은 구동력 등 전기차 전용 타이어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넥센타이어도 '로디안 GTX EV'와 '엔페라 스포츠 EV'를 공급한다. 두 제품 모두 마모 성능에 특화됐을 뿐만 아니라 흡음 기술을 적용했다. 넥센타이어는 2020년부터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카누'와 신차용 타이어(로디안 GTX EV)도 공급하고 있다.
전기차는 특유의 빠른 응답성과 높은 토크를 가져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해 타이어에 주는 부담이 높다. 약 200㎏ 배터리가 장착돼 차량 중량 또한 무겁다. 전기차 전용 타이어 역시 낮은 회전저항, 저소음, 높은 접지력과 내마모성 등 전기차가 요구하는 성능에 최적화가 필요하다.
김 교수는 "전기차는 힘이 모터에서 바퀴로 바로 전달되기 때문에 토크 전달력이 크고, 무게도 무거워 타이어 내구성이 높아야 한다"며 "회생제동을 이용해 브레이크 패드 수명은 늘어나지만, 타이어는 마모도가 더 커져 전기차 특성에 맞는 최적의 타이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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