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개정안과 관련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민주당 내 대표적인 친노 인사인 김종민 의원이 "정치하면서 친노라는 이름으로 노무현 덕은 보면서 노무현정신은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김 의원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친노·친문 정치 넘어서자'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국민통합정부', '국민 닮은 국회', 노무현이 남긴 이 정치적 숙제가 지난 10여년 동안 한 발짝도 앞으로 못 나가고 있다. 해결은커녕 노무현만큼 간절하게 매달리지도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저는 원조 친노 정치인이다. 노무현과의 인연으로 정치에 뛰어들었고, 노무현 대통령 대변인했다고 국회의원 당선될 때 덕도 많이 봤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 13주기를 맞는 올해는 마음이 심란하다"며 "대통령 선거에서 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 하고 있는 정치가 면목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20대 대선을 '역대급 비호감 선거', '승자 없는 대선'으로 정의하며 "윤석열 후보도 지지 않은 것이지 민심이 자기 편이라고 주장하기는 민망한 상황이다.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 역시 '졌지만 잘 싸웠다'고 우기면 안 된다"고 했다.
김 의원은 "더 심각한 것은 친노, 친문, 586 정치의 예선 탈락"이라고 했다. 그는 "윤석열, 이재명 두 후보에게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민심은 정치에 뒤늦게 뛰어든 행정가 출신 두 사람을 선택했다"며 "그동안 정치를 주도해온 친노, 친문, 586 정치는 예선 탈락했다. 기성 정치를 주도해 온 이들이야말로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패자"라고 규정했다.
김 의원은 "노무현, 문재인과 친하다는 건 흠이 아니다. 두 분 모두 정치를 떠나 인격만으로도 다시 만나기 어려울 훌륭한 지도자"라면서도 "친노·친문 정치의 문제는 노무현, 문재인과 친하다는 것 말고 국민에게 내놓을 만한 게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슨 주장을 했는지, 무슨 가치와 비전을 내세웠는지, 무엇을 위해서 결단하고 노력했는지 선명한 게 없다"며 "그냥 노무현과 문재인과 가깝다, 대통령 만드는 데 힘을 보탰다는 사실만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 대통령에게 정말로 미안한 것이 그 10년 동안 그가 남긴 숙제가 거의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노무현은 대통령과 국회가 협력하는 '국민통합정부'로 가려 했다. 독주와 발목잡기의 국정 악순환을 끊어내기를 간절히 원했다"고 소회했다.
김 의원은 "친노라면 국민통합정치, 다양성 민주주의, 현장 민주주의의 길로 가야 한다"며 "친노, 친문만으로 기억되는 정치 이제 그만하자"고 했다. 그는 "지방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민주당 정치를 근본부터 돌아봐야 한다"며 "대선 패배가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졌기 때문에 돌아보고 돌이킬 수 있다"고 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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