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청와대가 개방된지 2주차가 된 23일, 그전까지 관람이 불가능했던 청와대 영빈관과 춘추관의 내부가 추가로 공개됐다. 한층 구체적인 청와대 관람이 가능했던 시민들은 뜻깊은 소감을 밝히면서도 일부 아쉬운 점도 전했다.
문화재청은 이날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실과 함께 청와대 개방 2주를 맞아 경내 시설물 중 영빈관과 춘추관 내부를 추가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또 이날부터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을 설치하고 위임이 끝날 때까지 청와대 관람 프로그램 기획 등 관련된 관리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시간 제한으로 관람 포기도
이날 오전 9시15분 쯤 청와대엔 영빈관을 보기위한 관람객들의 대기줄이 길게 늘어졌다. 이 시간대에 맨 마지막에 선 관람객이 영빈관 입장까지는 약 40분이 소요됐다. 이 때문에 2시간의 청와대 관람 제한시간으로 영빈관 입장을 포기하고 지나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또 따가운 햇빛으로 한 명씩 그늘로 피신하며 교대로 줄을 선 사람들도, 지인과 사진을 찍으며 지루한 시간을 달랜 관람객들도 있었다.
시민들이 23일 오전 9시15분 쯤 영빈관 내부를 관람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영빈관은 외국 대통령이나 총리 등 국빈이 방문할 때 공연과 만찬 등 공식 행사를 진행하거나 100명 이상의 대규모 회의 시 이용했던 장소다. 관람객들은 입구에서 일회용 신발 커버를 착용한 후 영빈관 1층 홀을 체험할 수 있다.
청와대 관람을 위해 친구와 울산 남구에서 올라온 김하림(23)씨는 "오늘 처음으로 개방된 영빈관은 원래 TV에서만 보던 건데 이렇게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 새로웠고 대통령 등 높은 지위의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는 장소를 저희 같은 일반인들도 입장할 수 있어 좋았다"며 "직접 와서 구경하니 TV에서 보던 거랑 비슷하면서도 조금 더 화려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관람을 마치고 나와 영빈관의 역사가 소개된 전시 패널을 다시 보던 김경민(45)씨도 "영빈관이 어떤 재료를 사용해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등의 내용을 국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우리나라에서 해외 외빈들을 모시는 건 국격을 높이는 일년의 활동인데 입체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는 기회를 얻어 매우 만족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메인 홀만 덩그러니…프로그램 부실
영빈관의 부실한 관람 프로그램의 아쉬운 점도 덧붙였다. 김씨는 "입장하면 메인 홀만 덩그러니 있는데 1층만 공개되니 위쪽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고 실제로 행사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지에 대한 설명도 조금 부족한 것 같다"면서 "가능하면 훗날에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짤막한 관람 프로그램이 생기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기 시간 대비 부족한 볼거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있었다. 아내와 아들과 함께 방문한 한 50대 남성은 "지금 날씨를 보면 햇빛이 너무 강해서 어르신 같은 경우는 기다리기 매우 힘들 것 같다"면서 "저희는 청와대 입장을 하자마자 한 40분 정도를 기다렸는데 막상 들어가 보면 대기한 시간 대비 볼거리가 좀 부족했다는 느낌이 있다"고 토로했다.
일명 얌체 관람객으로 눈살을 찌푸린 시민도 있었다. 영빈관 입구에서 만난 20대 여성 김모씨는 "대기 시간이 많이 긴 건 어쩔 수 없지만 대신 사람들이 저렇게 줄을 설 때 생각보다 새치기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냥 막 끼어든 사람들도 있었던 점"이 아쉽다고 했다.
"잔디·화단 등 통행 제한지역 통제 안돼"
관저 근처에선 청소관리 직원이 시민들에 대한 불평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청소 관리자는 "인도 주변 잔디와 화단 등 입장을 막은 곳에 관람객들이 들어가서 통제에 애를 먹고 있다"면서 "대부분 사진을 예쁘게 찍기 위함인데 관람 시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대통령 기자회견 장소이자 출입기자들이 상주하던 춘추관 내부도 이날 추가 공개됐다. 춘추관 1층에서는 관람객이 직접 대변인 체험을 할 수 있는 촬영장소가 마련됐고, 2층에서는 정부정책을 발표하던 브리핑실을 관람할 수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경내 시설물 추가 공개는 지난 10일부터 22일까지 500만여 명이 청와대 관람을 신청해 37만7888명이 관람하는 등 폭발적인 관심 속에 운영됨에 따라 국민의 성원에 부응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청와대가 대한민국의 대표 미래유산으로 자리매김해 온전히 국민이 주인이 되는 공간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춘추관 포토존. (사진=문화재청)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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