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세계 조선업계의 기회이자 숙제인 자율운항 선박 기술표준 선점을 두고 국내 조선업계가 관련 연구개발(R&D)에 힘을 쏟고 있다. 자율운항 선박은 자율주행차, 드론과 함께 무인 이동체의 한 축으로 불리며 전세계에서 연구 개발이 한창이다.
1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3사인
한국조선해양(009540)과
대우조선해양(042660),
삼성중공업(010140) 등은 각종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어큐트 마켓 리포트는 자율운항선박이 물류 효율성을 10% 높이고 해양사고는 75% 이상 낮추며 운용비도 22%이상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95조원 규모였던 자율운항 선박 시장은 2025년 180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한국조선해양이 그룹의 선박 자율운항 계열사인 아비커스와 지난달 19일 경기도 판교 소재 자사 시뮬레이션 검증 시설 '힐스'에서 가상 시운전 시연회를 열고 있다. (사진=한국조선해양)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그룹 선박 자율운항 계열사 아비커스와 지난달 스마트 여객선 가상 시운전에 성공했다. 시연회에는 디지털 트윈 기술로 새로 만든 기관·항해 통합 시운전 기술이 활용됐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 세계에 현실 속 사물을 똑같이 구현하고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가정해 결과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시운전에 쓰인 스마트 여객선은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기술과 전기추진, LNG 이중연료 엔진, 원격관제 스마트 솔루션 등과 같은 최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지난해 1월에는 세계 최초로 LNG 운반선의 엔진·연료공급 시스템 등 주요 기관 시운전에 성공했다.
한국조선해양은 2030년까지 사람의 개입을 최대한 줄이는 디지털 기반 미래 조선소 프로젝트(Future of Shipyard·FOS)를 추진한다.
삼성중공업은 독자 개발 자율항해 시스템 ‘SAS(삼성 자율 선박)’ 연내 상용화가 목표다. 앞서 이 기술로 2020년 300톤급 예인선이 반경 1㎞ 내 선박과 장애물을 피해 5㎞ 떨어진 목적지에 선원 개입 없이 도착했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 자율운항선박 간 충돌 회피 기술 실증에 성공했다.
SAS에는 레이다, GPS(범지구 위치결정 시스템), AIS(자동식별장치)와 카메라 영상이 융합된 인지, 360도 열화상 카메라, 충돌 회피를 위한 엔진 자동 제어 등 최신 기술이 집약됐다. 국제 항해가 가능한 대형 선박에 기본 항해 장비와 연동만 해도 즉시 적용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SAS에 인공지능(AI)과 딥러닝 기술 등을 결합해 더 정교하고 높은 편의성을 제공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항해 보조장치로서 신뢰성과 안전성을 높여 2025년 이후 부분 자율항해선박 주요 항해장비로 승격하는 것이 목표다.
대우조선해양의 자율운항 시험선 단비(DAN-V)와 육상관제센터 모습.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은 올 하반기 자율운항 시험선 ‘단비(DAN-V)’의 단계별 운항 시험을 시작한다. 지난해에는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원격조종 등 자율운항과 안전운항 관련 기술 시험을 마쳤다. 자율운항 기술 개발 실증을 위해 경기경제자유구역청, 시흥시, 서울대와 양해각서(MOU)도 맺어놨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인공위성 통신으로 해상 운항 중인 선박의 각종 장비에서 운전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육상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결함을 진단·시정하는 'DSME 기자재 상태진단 솔루션'도 개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 기술로 선박 예지정비와 유지·보수, 재고 관리 효율을 높일 수 있어 자율운항 선박 실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조선사들은 지난해 1조원대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미래 선박과 연료 기술 연구개발 비용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연구개발비가 매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각각 0.6%, 1.6%, 0.8%다. 한국조선해양은 전년과 같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0.8%포인트, 0.1%포인트 올랐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올해 중 세계 최초로 자율운항기술을 통한 대형 상선의 대양 횡단에 나설 예정”이라며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인재 영입을 통해 미래 해상 모빌리티의 종착점이라 여겨지는 자율운항 선박 시장의 퍼스트 무버로 거듭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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