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론>을 쓴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면 내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를 '위해의 원칙'이라고 한다. 밀의 말을 바꿔보면 "개인의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을 때까지만 보장된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자유가 무한히 확대되면 타인의 자유를 침범하는 내재적 한계를 갖는다.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했다. 직접 다듬어 수정했다는 취임사에서 윤 대통령이 밝힌 국정운영 핵심 가치는 '자유'다. A4 용지 10장 분량의 취임사 전문에서 '자유'를 35번 언급했다. 그 다음으로 많이 언급한 단어는 '시민'과 '국민'으로 각 15번 말했으며 민주주의 위기를 해결할 수단으로 자유의 가치를 설파했다.
자유는 보수 진영이 추구하는 전통적 가치로 자유를 중시하는 태도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생각하는 자유가 '가진 자의 자유'만을 뜻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한 경제 전문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소개하며 "부정식품이라고 하지만 없는 사람들은 그 아래도 선택할 수 있게, 더 싸게 먹을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선택지가 하나뿐인 상황에서 하는 결정을 두고 자유의지를 가진 '선택'이라고 정의할 수 없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가난하고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이 등떠밀려 제대로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을 비유해 '선택'이라고 표현했다. '부정식품 발언'이 논란이 되자 윤 대통령은 "부정식품의 과도한 처벌에 반대한다"는 취지라고 해명을 내놨지만 옹색한 변명으로 들릴 뿐이다.
자유에 대한 그의 관점은 노동자와 기업 사이에서도 한쪽에 치우친 것처럼 보인다. '120시간 노동' 발언은 노동자를 사람보다 기계로 대하는 인식으로 비춰진다. 산업재해로 하루 7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상황에서 뚜렷한 대안 없이 중대재해법을 정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의 '기업 자유 보장' 흐름에 기업도 호응했다. 삼성은 윤석열 정부 취임에 맞춰 9대 일간지 1면에 "새로운 대통령과 국민이 하나 되어 만들어갈 새로운 대한민국을 응원한다"며 취임 광고를 게재했다.
대통령은 어느 한 쪽의 자유만을 무한히 보장해주는 자리가 아니다. 국민들이 함께 잘 사는 나라를 꿈꾸며 주인의 권리와 권한을 대통령에게 잠시 빌려줬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것처럼 지나친 양극화와 사회 갈등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며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 지나친 양극화가 어느 한 쪽의 자유를 과도하게 보장해줬기 때문은 아닌지, 자유를 누리기도 전에 기본적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누군지 세심하게 살펴보는 대통령을 기대한다.
김현주 경제부 기자 kk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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