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SAT(미국의 수능)처럼 표준화된 시험은 그 자체로 능력주의를 의미하며,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배경을 가진 학생이라 할지라도 지적인 장래성을 보일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실제로는 SAT 점수와 수험생 집안의 소득이 비례관계를 나타낸다. 더 부유한 집 학생일수록 더 높은 점수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마이클 샌델, '공정하다는 착각' 중에서)
현 정부에 이어 차기 정부도 대학 입시 공정을 꾀하겠다며 정시 확대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계에선 대학의 서열화를 해소하고, 입시를 입학을 위한 '자격 시험'의 형태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차기 정부는 정시 축소보다는 유지 혹은 확대로 가닥을 잡았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또한 정시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정시 비율을 다시 높이면서 이미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모집 비중이 40%까지 높아졌는데, 여기에서 더 높이는 건 과한 조치라고 보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시의 평가 지표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또한 부모의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의 영향에서 자유롭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고득점을 받기 위해서는 고액과외를 받거나 학원을 몇개씩 다녀야 하기 때문에 결국 돈이 없는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시 제도가 2025년부터 시행하는 고교학점제와 상충한다는 지적도 있다. 고교학점제는 현행처럼 짜인 시간표에 따라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닌, 대학처럼 원하는 과목을 골라 수강하는 방식을 말한다. 하지만 대입에서 수능 비중이 높아지면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지 않고 수능 고득점을 위한 수업을 고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교육 시민단체들은 입시 부정이 불거지는 건 대학이 서열화돼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소영 전교조 대변인은 "입시제도만 바꿔선 어떻게 바꿔도 결과가 비슷하기 때문에 대학체제 개편이랑 같이 가야 한다"며 "수능은 자격고사화하고, 내신을 절대평가하는 식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또한 일정 수준의 성적을 갖추면 입학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대입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등을 제정해 대학 간판이 중요시되는 사회 분위기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의 대입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기도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는 "정책이 자주 바뀔수록 정보에 빠른 상위 계층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멀리 내다보면서 학교 교육과 대입을 연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입시 부정의 경우 교육부의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별도의 전담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퇴임을 앞두고 최근 연 기자회견에서 "(입시 부정은) 교육부 감사 하나로 완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제기되는 입시 의혹을 총괄해서 조사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 입시 공정성을 담보할 대안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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