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평균 찻값 5천만원 넘나…'카플레이션' 장기화
작년 평균 가격 4759만원…전년 대비 13.8% 상승
반도체 난에 출고 지연…철광석 등 원자잿값 급등
"재무적 부담 덜기 위한 연식 변경…인하 어려워"
2022-04-27 06:00:00 2022-04-27 06:00:00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생산 차질, 원자재 가격 오름세에 따른 제조원가 상승 등이 겹치면서 자동차 가격이 전방위적으로 급등하는 '카플레이션(카+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하고 있다. 전기차도 배터리값 상승으로 가격 인하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27일 현대차(005380)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의 지난해 승용차 평균 가격은 4759만원으로 전년(4182만원) 대비 13.8% 올랐다.
 
제네시스 G90.(사진=제네시스)
 
현대차는 신차 출시와 완전변경 등을 통해 가격을 올리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 출시한 신형 투싼은 세대 변경을 거치면서 2435만원부터 시작해 전 세대보다 200만원 가까이 올랐다. 
 
기아(000270)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주력 차종인 레저용 차량(RV)의 평균 가격이 4130만원으로 13.9% 올랐다. 지난해 출시된 신형 스포티지 최상위 모델 가격은 전 세대보다 541만원 오른 3731만원이고, 쏘렌토도 연식이 변경되면서 최대 160만원이 올랐다.
 
찻값이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차체의 기본이 되는 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 가격 인상 때문이다. 지난해 철광석 가격은 톤당 149달러로 전년 대비 47.5% 올랐고, 알루미늄은 45.5% 오른 톤당 2480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역시 현대제철(004020)포스코(005490)는 최근 현대차에 공급하는 상반기 자동차 강판 가격을 톤당 15만원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동차 강판 가격까지 오르면서 완성차 업체의 생산 원가는 더 커지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고스란히 자동차 강판에 전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공급난에 신차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치는 상황도 찻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2020년 하반기 1차 공급난, 지난해 중순의 2차 공급난 여파로 인한 수급 불균형이 현재까지도 지속하고 있고, 완성차 기업은 적기 생산·판매가 불가능한 상태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완성차 기업은 판매량 감소에 따른 재무적 부담을 덜기 위해 연식 변경과 함께 차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며 "특히 전기차는 배터리 소재 원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가격의 급격한 인하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카플레이션 현상은 글로벌 완성차 업계도 마찬가지다. 특히 지난해 모델Y 가격을 10차례 올린 테슬라를 비롯해 포드, 폭스바겐, 토요타 등도 글로벌 시장에서 신차 가격을 올리고 있다. 미국 자동차 정보사이트 에드먼즈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신차 평균 가격은 4만5872달러(약 5500만원)로 전년 대비 5888달러 오르는 등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 가격도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니켈 등 배터리 원자재 가격이 강세를 지속하면서 배터리 비용도 연쇄적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30%~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가 늘면서 배터리 수요가 늘었고,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리튬 등의 가격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특히 최대 생산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니켈 값이 폭등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니켈 가격은 지난달 8일 기준 톤당 4만2995달러로 전년(1만6115달러) 대비 166.8% 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니켈 공급이 제한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니켈 가격은 이달 25일 기준 3만2650달러로 소폭 하락했지만, 1년 전 1만6449달러와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량용 반도체 등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면서 차량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전기차 가격에서 40%를 차지하는 배터리가 얼마만큼 가격이 떨어지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아이오닉 6, 기아 2세대 니로 EV 등 올해 출시 예정인 전기차 신차 가격도 지난해보다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부터 전기차 보조금 100%를 받기 위한 상한 가격이 60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내려가면서 소비자당 받는 금액이 줄고, 이에 따라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2025년쯤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와 비슷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배터리 가격이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배터리 평균 가격은 ㎾h당 120달러~130달러 수준이다. 10년 전 ㎾h당 1000달러에서 90% 가까이 떨어졌다. 100달러 미만으로 낮춰야 내연기관차와 가격 경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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