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 300호에서 폴 카임(Paul Keim) 박사가 '계통유전체 분석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 사례' 세미나에서 질의응답 시간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동지훈 기자)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전문가가 국내 세미나에 참가해 보툴리눔균 출처 확인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지목했다.
한국미생물학회는 21일 오후 3시 서울 코엑스에서 폴 카임(Paul Keim) 박사를 초청해 '계통유전체 분석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 사례' 세미나를 진행했다.
폴 카임 박사는 유전체 분석을 사용해 병원균의 기원과 진화를 추적하는 미생물유전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폴 카임 박사는 '미생물 포렌식 및 유전체학의 역사', '탄저균 테러 등 실제 조사 사례 심층 리뷰'를 주요 내용으로 발표를 이어갔다.
그는 세미나 말미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우리나라 보툴리눔균 보유 현황을 언급하면서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결과 공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20여개 기업이 보툴리눔균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중 다수 업체는 균주를 자체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 상업화를 위한 개발 단계를 밟고 있는 업체도 상당수에 이른다.
고위험 병원체에 해당하는 보툴리눔균은 독소의 혈청학적 특이성에 따라 A형부터 G형까지 총 7개로 나뉜다. 보툴리눔균이 발견되는 경위는 토양, 부패한 통조림 등 다양하다.
대표적인 보툴리눔 톡신 제품인 엘러간 '보톡스'에 쓰인 균은 홀 A 하이퍼(Hall A Hyper)로 토양에서 발견됐다. 다른 균들에 비해 상업화하기 좋은 독성 발현을 나타내는 게 특징이다.
폴 카임 박사는 "미국과 유럽에도 (보툴리눔 톡신) 생산 기업들이 있다"라며 "왜 유독 한국에 (균주 보유 기업이) 많은지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모든 균주의 출처를 확인하기 위한 가장 알맞은 방법으로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을 꼽았다.
염기서열은 미생물 등 생명체의 혈통이 담긴 유전자 배열표다. 인간에게 적용하면 염기서열 조합에 따라 피부색 등 인종적 특징이 구분된다. 보툴리눔 톡신의 원료가 되는 보툴리눔균은 400만개 안팎의 염기서열 조합으로 구성된다.
폴 카임 박사는 "미국은 균주를 보유하려면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고, 균주를 양도하려면 정부에 서류를 제출해 승인받아야 한다"라며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일부 경우 균주의 출처가 미상이기도 하다"라면서도 "(균주 출처가) 중요한 사안이라면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이 출처를 확인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은 탄저균 테러가 발생했을 당시에도 활용됐다. 폴 카임 박사는 지난 2001년 미국에서 9·11 탄저균 테러가 발생했을 당시 DNA 시퀀싱 분석을 통해 테러에 사용된 균주와 출처를 밝혀낸 바 있다.
폴 카임 박사는 "탄저균 테러 발생 당시에도 모든 균주를 소집해 유전체를 분석하고 출처를 규명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이 균주에 대해 확인하고 일부 경우에는 기관까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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