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소모적인 중기부 폐지 논란은 이제 그만
2022-04-15 06:00:00 2022-04-15 08:23:45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정해졌다.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업계는 한시름 놓은 모습이다. 장관이 누가 되든 간에 부처 폐지론은 일단 수면 아래로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앞서 인수위원회가 중기부 폐지를 검토한다는 소문으로 인해 업계는 불만을 삭히며 속앓이를 해야 했다. 이번 이영 후보자 지명으로 소문은 잦아들게 됐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이제 5년차를 맞은 신생부처가 도마 위에 오른 것 자체가 중기업계를 바라보는 새정부의 시선을 방증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인수위원회의 주요업무의 하나는 부처 존폐를 검토하는 것이다. 어느 정부든 인수단계에서 정부부처의 신설·폐지·기능개편이나 구조조정을 고민한다. 부처개편을 통해 새로운 정권이 추구하는 국정방향과 이념을 반영하고 그 시대가 요구하는 국민의 정책수요와 현안을 상징적이고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처 간의 유사·중복기능은 물론 정책의 강·약을 조정하고 우선순위를 새로 정하기도 한다. 
 
사진=이의준 중소기업정책개발원 규제혁신센터장
그럼에도 중소벤처기업부의 존폐논란은 그리 실익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중소기업이 당면한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제조업은 원자재 가격 폭등에 정신이 없다. 무려 한두 달 단기간에 30~40%가 올라가니 기가 막힌 노릇이다. 작년에도 원자재 때문에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소상공인은 어떤가? 플랫폼 거대기업이 거둬들이는 수수료, 배달료가 음식 한 그릇에서 최대 5000원 가까이 빠져 나간다. 택시를 타면 이런 저런 옵션으로 필요 이상의 요금을 내야만 한다. 울며 겨자 먹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의 예산으로 부담하는 소상공인에 대한 코로나19 보상금도 수십조원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창업이나 벤처생태계에 우호적이지 않다느니, 전경련을 내세워 대기업 친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할 것이라느니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의 이면에는 대·중소기업 간 이해관계가 있다. 특히 대·중소기업의 하도급관계가 큰 이슈로 작용한다. 원자재 가격의 인상분에 대한 납품가 반영요구는 어제 오늘의 이슈가 아니며 상당기간 뜨거운 쟁점이 돼왔다. 소상공인과 플랫폼기업 간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도 예전부터 지적돼 왔고 최근에는 더욱 두드러진 양상이다. 문제는 해법이 마땅치가 않다는 점이다.
 
이러한 찰나에 수백만 중소기업이 ‘그나마 내편’으로 여기는 중소벤처기업부의 폐지논란이 있어야 하나? 중소기업계의 현안을 해결함에 있어 제도적·정책적인 접근방법도 좋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제도로만 풀 수는 없다. 제도 외의 두 가지 다른 방법으로 들고 싶은 것은 첫째가 상징성을 갖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존재이고, 둘째는 대·중소기업간의 문제를 당사자 간 협상을 통해 해법을 찾는 협상력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상징성도 있을 뿐더러 취약한 중소기업의 협상력을 후원해주는 존재로 그간 자리매김해왔다. 단지 하나의 정부부처라는 의미를 넘어선다. 수백만 중소기업인이 답답하고 억울할 때 그나마 기댈 수 있고, 어려울 때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전담부처의 성격을 띠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폐지의 대상도 아니고 새 정부가 폐지할 수도 없다. 정치적으로 이런 저런 생각이 있을 수는 있다. 이명박정부의 인수위원회에서도 중소기업청을 폐지하고 산업부의 실이나 차관이 담당하는 내부 부서로 두려고 시도한 바 있다. 중소기업인들이 찾아가서 읍소를 하고 나서야 존치로 바뀌었고 오히려 비서관 자리를 새로 만들었다. 이번에도 그 모습이 재현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박근혜정부가 내세운 창조경제는 창업활성화와 투자확대로 이어졌다. 문재인정부는 이 점을 높이 사 다른 기능과 유사중복성이 있음에도 전 정권의 흔적인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존치시켰다. 단언컨대 중소벤처기업부는 없애서도 안 되고 없앨 수도 없다. 지금 어려운 중소기업을 생각하면 그런 소모적 논란이 더 이상 있어서도 안 된다. 
 
다만 새 정부가 중소벤처기업부의 기능이나 역할에 대해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은 필요하다. 중대성과 시급성을 따져서 기능 및 역할의 신설·폐지·보완·확대·축소 등 해야 할 일을 가리는 작업이다. 몇 가지 제안을 하자면 첫째, 중소기업 지원을 돈보다는 정책 지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공무원이 가장 쉽게 택하는 업무가 돈을 지원하는 것이다. 예산 지원방식은 예산의 효과성이나 중소기업의 경쟁력 면에서 볼 때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불공정 해결이나 규제완화, 성장촉진방안 등 정책적 고민이 급선무다. 둘째, 신기술·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창업을 촉진하는 것이다. 특히 인구 고령화와 감소에 직면한 지방경제를 활성화하려면 창업생태계가 필수적이다. 세대불문하고 일거리를 가지고 창업해 일자리를 만들게 하는 창업, 그것도 우선순위를 내수·생계·과열업종보다 기술과 글로벌 창업에 두어야 한다.
 
셋째, 소상공인 지원업무는 지방정부에 이양해야 한다. 소상공인 업종이나 영업의 범위는 대부분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다. 소상공인의 육성과 관리는 지역 특성을 잘 아는 지방정부가 더욱 잘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흩어져 있는 유사중복기능을 어느 정도 손봐야 한다. 비슷한 사업을 잘게 쪼개서 여기저기에서 지원하면 효율성도 떨어지고 기업도 혼란스럽다. 중소기업보다 우선해 중소기업지원기관이 성장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디 새 정부가 ‘강소기업’을 육성해 이들이 국가경제의 근간이 되도록 아낌없는 관심과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
 
이의준 중소기업정책개발원 규제혁신센터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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