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연지 기자] 개인투자자가 200만명에 육박하면서 국민주 반열에 오른
카카오(035720)가 접근성이 떨어지는 제주도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하면서 소액주주들의 분노가 거세지고 있다. 전문가들도 주주들의 잔치인 주주총회에 주주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29일 제27기 정기주주 총회를 열었다. 카카오 주주총회는 본사가 있는 제주도에서 개최됐으며, 5명 안팎의 주주가 참석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장소인 탓에 주주들의 참석도 부진했고, 주요 경영진들조차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껍데기 주총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의 주주총회는 정관 및 상법에 근거해 이사회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라며 "본사 소재지인 제주도에서 주주총회를 진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임 사내이사들이 주총에 참여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신규 선임되는 사내이사는 주총에서 역할이나 권한이 없다"며 "선임 이후 주총부터 참석하게 된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또 전자투표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전자위임장을 수여 할 수 있도록 해 주주 권리를 보호를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주주총회 개최 장소와 관련해 상법에서는 '총회는 정관에 다른 정함이 없으면 본점 소재지 또는 이에 인접한 지에 소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반드시 본사에서 주총을 진행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정관에다가 꼭 본점 소재지가 아니고 다른 데서도 할 수 있는 근거 조항들을 많이 넣어놓는다"며 "투자자들한테 정관을 통해 사전에 주총 장소를 알리기만 하면 꼭 본점에서 주총을 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카카오의 제주도 주총 개최는 주주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고 판단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제주도는 주주의 접근성이나 참여가 너무 어렵다"면서 "주주가 접근하기 쉽고, 참석이 가능하게 해야지 본인들도 참석하지 않으면서 제주도가 본사에 있다는 이유로 거기서 주주총회를 한다는 것은 주주들을 무시한 선택"이라고 꼬집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주주총회를 본사에서 개최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주주들에 대한 배려가 아쉬운 건 사실"이라며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제주도 이외의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제주도 주총은 참석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서 서울이라든지 접근성이 좋은 곳에 따로 장소를 마련해서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런 부분이 배려되지 않았다는 점은 주주들의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들은 주주들이 접근하기 용이한 장소, 주주 인원 수용이 가능한 공간을 고려해 주총 장소를 선정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005930) 관계자는 "주주 수가 많아서 주주 수용 규모를 고려해 장소를 정한다"며 "원래는 서울 서초사옥에서 주총을 했었는데 액면 분할 후 주주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현재는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도 "제일 넓고, 주주들을 모시기 편한 장소인 그린팩토리에서 주총을 개최해 왔다"며 "주주들의 접근성 등을 고려해 공간이 충분히 넓은 곳으로 장소를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행보에 계열사의 임원 주식 먹튀, 골목 상권 침해 논란 등으로 홍역을 치렀던 카카오가 강조한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한 진정성도 의심받고 있다. 온라인 주주 토론방에서는 "제주도 주총 실화냐", "주주 가치 제고는 무슨", "카카오 개미 시총 비율이 얼만데 주총에서 찬밥 신세라니", "이런 게 국민 주식이냐" 등 다양한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한 주주는 "경영진들 최저임금 받겠다고 쇼하고, 뒤로는 자사주 팔아 스톡옵션 챙기고, 주주들 기만하는 행위는 이제 그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는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주주환원 정책, 전자 투표제 조기 실시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주주들의 요청에 귀 기울이고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주총회와 관련해서도 주주들의 권리 증진과 소통을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제주도 제주시에 위치한 카카오 제주 본사 '스페이스닷원'(사진=카카오)
김연지 기자 softpaper6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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