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박효선·배한님·김응열 기자] 26년간 검찰에 몸 담아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검찰 안팎에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검찰뿐 아니라 법원, 변호인, 로스클 등 전반적으로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윤 당선인에 대한 법조계 전반의 목소리는 검찰 기능의 정상화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구성의 다양화로 모아졌다. 재야 법조계는 소송제도 혁신을 통한 사법개혁을 주문했다.
검찰 "형사사법 시스템 정상화 필요"
그간 개혁 대상이었던 검찰은 조직 자체에 힘이 실릴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다. 전현직 검찰 출신들은 ‘검찰 독립성 강화’를 내세운 윤 당선인을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검찰의 독립성 강화'에 대해서는 검찰을 정치적 논쟁에 끌어들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한 현직 검사장은 "진정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독립성을 담보하는 것은 정치권이 입맛대로 검찰을 줄세우지 않는 것"이라며 "검찰이 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검사장은 "검찰이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면서, 정치적 이해에 따라 검찰을 이용하기 위한 고소·고발을 하는 넌센스는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고도 했다.
검찰개혁으로 인한 국민 피로감을 해소해 줄것을 새 정부에 바라는 검찰 출신 법조인들도 적지 않았다. 크게 형사사법시스템의 정상화와 단발적이거나 이벤트적이 아닌 충분한 숙고를 통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집약된다.
차장검사 출신인 윤희식 변호사(법무법인 화우)는 “지금 사실상 형사사법 시스템이 붕괴돼있는 상황”이라며 “공수처 문제나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여러 가지 폐해들이 굉장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 붕괴된 형사사법 체계를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원지검 안산지청장 출신인 강지식 변호사(법무법인 백송)는 “윤 당선인이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검찰을) 옛날처럼 되돌리진 못 할 것이다. 그나마 (윤 당선인의 검찰 독립성 강화는) 현 정부에서 했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중 비정상적인 것들을 최소한이나마 정상화한다는 취지로 본다”고 말했다.
역시 차장검사 출신인 최기식 변호사(법무법인 산지)는 “검찰을 제자리에 돌려다 놓고 경찰과의 수사권 부분을 국민의 시각에서 다시 세팅했으면 좋겠다”며 “국민의 마음이 많이 찢어져 있다.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국가의 5년 뒤가 아닌 10년, 50년, 100년 뒤 설계도를 갖고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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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검찰 출신 대법·헌재 배치 안돼"
새 정부 들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재판부에 ‘검찰 출신’들을 배치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부장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특정 성향에 따라 특정한 누구를 대법관에 임명하거나 그런 행동은 없었으면 좋겠다”며 “공정하고 상식에 맞는 사회 이끌어주고 통합 이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른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도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사람을 쓸 게 아니라 능력 있는 사람을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변호사는 “지금 판사들 사기가 너무 떨어지고, 재판역량도 떨어져있다”며 “(판사들이) 여론에서 벗어나 국가기관 등 어떤 권력에서도 독립해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할 수 있도록,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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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소송제 확대, '민생3법안' 추진을"
변호사 단체는 윤 당선인에게 ‘민생3법안’, 공공기관 법무담당관 의무배치제 도입, 법률구조공단 구조범위 조정 등 적잖은 과제를 제시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는 “변호사 자격을 가진 법무담당관이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배치되는 공공기관 변호사(법무담당관) 의무배치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와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필수적 증거조사절차·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 증권분야에 한정돼 있는 집단소송제를 전 분야로 확대하는 '민생3법안(징벌적손해배상제, 증거개시제도, 집단소송제)'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변호사법을 위반해 소비자를 기만하고 공정한 수임질서를 해치는 사설 법률플랫폼의 위법행위 엄단해야 한다”며 로톡에 대한 새 정부의 입장을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로톡을 합법적 법률 서비스 플랫폼으로 정의한 바 있다.
'검찰 개혁'에 대해서는 주문 엇갈려
진보성향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보수성향의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상반된 입장을 고수하며 윤 당선인에게 공약 철회 또는 공약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민변은 “지난 5년간의 검찰개혁을 윤 당선인이 무위로 돌리고 더 많은 권한을 검찰에 부여해 날개를 달아주는 공약을 추진하려 한다”며 “윤 당선인은 공수처 권한 축소, 검찰 수사 권한 확대,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및 예산 편성권 검찰 부여 등 공약을 전면 재검토하고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변은 “윤 당선인의 법무부장관 수사지휘권폐지 등 검찰 관련 사법공약은 검찰권 강화가 아닌 정권에 의한 검찰 장악을 막자는 의미”라며 “지금 대한민국은 법치주의가 심각하게 무너졌다. 윤 당선인이 이 나라의 법치주의를 다시 바로 세우기를 바란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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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보완·정상화 방안 찾아야"
학계에선 윤 당선인 공약 중 공수처 권한을 축소·폐지하는 방향이 아닌 보완·정상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시각이 제기됐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공수처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공수처 관할 범위를 축소시키고, 현재 25명(검사)에 불과한 수사 인력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 교수는 “다른 수사기관(검찰 및 경찰)과의 협조체제를 구축해 이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세 곳의 수사기관이 협의해서 기준 등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공수처 수사권 폐지 공약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며 “공수처는 부패권력자의 권력형 범죄를 척결하기 위해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으로 1년 정도 겪은 현 시점 (설립 목표를) 형해화할 게 아니라 제대로 된 기능을 하게 만드는 게 맞다”고 역설했다.
윤 당선인의 법무부장관 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찰총장 독립적 예산편성권 부여 공약에 대해서는 “공론의 장을 통해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은 검찰 조직을 위해서라도 (가급적) 검찰을 잊어야 한다”며 “(진정한) 검찰 개혁은 검찰을 민주적 조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선 인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보규·박효선·배한님·김응열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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