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서울 내 상가의 'QR코드 인증'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던 서울 명동 상권의 명암이 더욱 짙어졌다. 식당과 카페 등은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진 반면 화장품 등 판매시설이 있던 자리는 여전히 유령 상권이었다.
11일 오후 기자가 찾은 명동 일대는 지하쇼핑센터에서 시작되는 입구부터 열곳 남짓한 노점들이 장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꼬치구이·옥수수 등 먹거리를 팔거나 액세서리·장난감 등을 취급하는 노점상이 다양했다. 거리두기 완화와 함께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방문객들의 발길도 잦아진 모양새다.
명동예술극장 앞 사거리에서 관광객들에게 길을 안내하고 있던 서울시 관광안내원은 "주말되면 노점은 물론 유동인구가 더 많아질 것"이라며 "길 안내를 하면서 외국인 방문객이 눈에 띄게 늘어난 걸 체감하는데, 그동안 QR코드 인증에 불편을 느꼈다가 방역패스가 일시중단 되면서 가게를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명동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주변에 회사가 많은데, 요즘 재택근무가 거의 해제된 분위기라 점심 장사 만큼은 이전과 비슷하다"라며 "내국인들이 많이 찾는 음식점 거리는 QR코드 해제가 크게 영향이 있는 것 같진 않은데, 날도 따뜻해지고 하니까 저녁 때도 방문객들이 꽤 있다"라고 말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노점들이 열린 모습. (사진=윤민영 기자)
반면 판매시설이 밀집했던 곳은 폐업으로 방치된 건물과 언제 할 지 모르는 개업에 대비해 건물을 신축하는 곳이 뒤섞인 모습이었다.
대부분은 명동 상권의 주력이었던 뷰티 업종이 있던 곳들인데, 이전에 어떤 상권이었는지 파악이 안 될 정도로 빈 가게가 연달아 붙어 있었다. 전체가 텅 빈 건물 입구를 공통적으로 장식하고 있는 건 '임대문의'와 함께 찍힌 전화번호 뿐이었다. 오랜시간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탓에 굴러다니는 전단지조차 보기 힘들었다.
빈 상가는 남아도는데, 곳곳에서는 건물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을 하는 곳이 블록마다 있었다. 오래된 건물들은 임차인이 없을 때를 기회 삼아 엘리베이터를 만들거나 하자 보수를 한다고 한다. 오랜 시간 빈 건물로 있다보니 가치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리모델링이 향후 임대료를 올릴 수단이 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오는 21일부터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 입국자의 자가격리가 면제되면서 해외 관광객들의 방문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는 명동 상권에 벌써부터 반영되긴 힘들다는 반응이다. 대선 이후 거리두기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내수시장에서 한정적으로 통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명동을 찾는 외국인 방문객들도 국내 체류 중인 경우뿐이고, 이전의 명성을 찾긴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명동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대기업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가맹점들은 자본력이 있으니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그들도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 빠져나간다고 한다"며 "명동 상권은 화장품 판매가 주력이었는데 지금은 판매하는게 전혀 없으니 해외 입국자 격리 풀어준다고 해도 관광객이 올 이유가 있겠냐"라고 반문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일대에 폐업 건물과 리모델링 공사 중인 건물이 섞여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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