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기술수직통합과 반도체 회사 협업 강화 그리고 연구개발(R&D) 등의 방법으로 반도체 내재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확실성이 심화되는데 따른 것이다. 자체적으로 수급난을 타개하는 방안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개발·조달·공급의 생산 전 과정에 손을 대고 있는 셈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반도체 업체와의 협업 강화와 함께 반도체 종류를 줄여 리스크를 낮추고 있으며, 포드는 기술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테슬라와 토요타는 부품 공급망 직접 관리 방식으로의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2일 <뉴스토마토>가 다수의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기술 개발 현황과 반도체 수급 불안 타개책을 분석한 결과 이들 상당수 회사가 이 같은 방식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단순하게 반도체 회사로부터 핵심 반도체를 공급받아 제작 공정에 투입하는 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반도체를 통합해 개발하고, 공급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생산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주요 완성차 기업 반도체 수급난 이후 동향. (그래픽=뉴스토마토)
우선 GM은 증가하는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NXP·퀄컴 등 차량용 반도체 회사에 협력을 강화했다. 이미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는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했고, 지난해 말에는
포스코케미칼(003670)과 협력에 합의했다. 배터리용 양극재 합작사 설립에 나서기 위한 조치다.
나아가 GM은 현재 적용 중인 차량용 반도체를 3개 제품군으로 통합한다. 즉 차량에 들어가는 반도체 종류를 최대 95% 줄이는 방식으로 단순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방안들은 모두 공급의 안정성을 기하기 위한 조치다.
포드는 글로벌파운드리 회사와 전략적 협력으로 기술수직통합을 계획 중이다. 수요가 많은 부품들을 수직 계열화해 역시 공급 안정성을 높이고, 조달 비용을 낮추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스텔란티스는 폭스콘과 새로운 반도체 제품군 4종을 개발하여 칩 수요 80% 대체할 예정이며, 테슬라와 토요타도 반도체 내재화에 한창이다. 이들은 재고를 최소화해 비용을 축소하는 방식에서부터 핵심 부품을 직접 관리하는 방안까지 다양한 전략을 라인에 도입했다.
그 중에서도 테슬라는 부품 수직계열화를 오래전에 시도했다. 양질의 엄청난 배터리가 전기차에 들어가야 하는 만큼 일본 파나소닉과 기가 팩토리를 건설하는 등 일찌감치 자체 공급라인 형성에 공을 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폭스바겐은 노스볼트 등과 함께 유럽에 배터리 공장 6개를 건설할 계획이며,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 다임러도 테슬라와 비슷한 방식으로 기가 팩토리 설립을 추진키로 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005380)그룹과 한국지엠이 반도체 내재화 장기 계획을 수립해 실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삼성전자(005930)와 반도체 협력 방법과 시기를 논의했고,LG에너지솔루션과는 인도네시아 배터리 합작법인을 세웠다.
정부의 관심도도 최근에 높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차량용 반도체 협력을 당부한 후 정부가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실행 방안 마련을 구상 중이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미래차·반도체연대·협력협의체'에서 현대차그룹은 토종 팹리스 및 파운드리 업체와 만나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를 위한 장기 로드맵을 수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2일 <뉴스토마토>가 다수의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기술 개발 현황과 반도체 수급 불안 타개책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 회사가 연구개발 등의 방법으로 반도체 내재화를 통한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반도체 수급난이 원인이지만 기본적으로 완성차업체들이 반도체 개발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더딘 이유에 대해서 △다른 반도체 보다 낮은 수익성 △긴 반도체 사이클 주기 등을 꼽는다.
스마트폰과 컴퓨터(PC)와 같은 정보통신(IT)제품 반도체들은 차량용 반도체 보다 수익성이 높다. 주로 고사양 제품이 들어가는데다 공급의 양이 자동차 보다는 훨씬 많다.
반면 차량용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단순 작동을 제어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비교적 공정이 단순해 수익성이 낮고, 수량도 IT제품들보다는 적다. 여기에 차량용 반도체 교체 주기가 긴 것도 주된 이유중 하나다. IT제품은 사용주기가 보통 2~4년정도다. 이에 반해 차량용 반도체의 사용 주기는 7~10년이다. 호황주기도 이와 비슷하다.
수익성이 낮고 사용 주기가 길다보니 반도체 업체 입장에서는 자동차 반도체 시장 투자에 대한 적극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완성차 업체들도 여기에 대규모 투자를 꺼려왔다는 얘기다.
결국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수급 불균형 심화가 지속된다고 가정할 때 4~5년 장기적인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이들은 조언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올해 약간 해소되겠지만 언제 끝난다고 시기를 못박기는 어렵다"며 "완성차 업체들은 스스로 수익 다변화를 시켜야 하며, 재고 물량을 늘려서 예전보다 더 안정된 생산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 자구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자동차 반도체 생산능력 대비 약 20~30%가 초과 예약돼 있다. 현재 2023년 주문을 접수 중이다. 반도체 산업 평균 주문후 배송기간이 22.9주에서 23.3주로 갈수록길어지는 추세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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