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외금융자산이 처음으로 2조 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었다. 이른바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 매입이 늘었고 미국 등 주요국의 주식 가격이 상승한 데 따른 결과다.
외국인의 원화채권 투자,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배분 등으로 대외채무 역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한국은행은 단기외채비율 등 채무 건전성 지표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평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1년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대외금융자산은 2조161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982억 달러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외금융자산이 2조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최초다. 직접투자는 지분투자를 중심으로 전년 말 대비 506억 달러 증가했고, 증권투자는 지분증권(주식) 투자 확대 및 미국 주가 상승 여파로 1270억 달러 늘었다.
유복근 한은 경제통계국 국외투자통계팀장은 "대외금융자산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주요 원인은 증권투자 중에서도 주식 투자가 증가했고 미국 주가도 지난해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 투자가 늘면서 대외금융부채도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대외금융부채는 전년 말 대비 264억 달러 증가한 1조5231억 달러로 집계됐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가 162억 달러 늘었고 기타투자도 212억 달러 증가했다. 그러나 비거주자의 지분증권 투자는 오히려 395억 달러 줄었다.
대외금융자산 증가 폭이 대외금융부채 상승 폭을 크게 상회하면서 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도 지난해 말 기준 6379억 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전년 말 대비 1718억 달러나 증가한 수치다.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금융부채보다 금융자산이 많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외채무는 6285억 달러로 1년 전보다 836억 달러 늘었다. 연간 기준 대외채무가 60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기별로는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외채가 69억 달러 늘어난 1662억 달러를 기록했고, 장기외채는 767억 달러 늘었다. 단기외채 증가는 기타부문의 무역신용(71억 달러)이, 장기외채 증가는 일반정부의 부채성증권(234억 달러)이 주도했다.
한편 대외지급능력 및 외채건전성은 소폭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준비자산(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를 뜻하는 단기외채비율은 35.9%로 전년 말보다 0.1%포인트 감소했다. 단기외채비율은 대외지급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또 외채 건전성을 의미하는 대외채무(총외채) 대비 단기외채 비중인 외채건전성도 26.4%로 전년 말(29.2%)보다 2.8%포인트 떨어졌다.
대외채권은 전년 말 대비 502억 달러 늘어난 1조779억 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은 334억 달러 감소한 4494억 달러로 파악됐다.
유복근 팀장은 "단기외채비율이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건전성 측면은 더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1년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대외금융자산은 2조161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982억 달러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한 은행 관계자가 달러화를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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