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이 10년 전 방영됐다면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흡연 장면만 나와도 모자이크 처리가 되는데, 작품은 방송법 틀에 맞춰 순화되고 창작자의 원래 의도는 묻혔겠죠. OTT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성공이 가능한 겁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방송업계 관계자가 푸념식으로 한 말이다. 유료방송을 포함한 방송업계 관계자들은 제2의 오징어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의 방송법 규제가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도 그럴 것이 현행 방송법은 약 20년 전인 2000년 당시 체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개정 횟수는 헌법보다 적다.
20년 사이 미디어 시장은 급속히 변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급속히 성장, 기존 레거시 미디어를 밀어내고 있다. OTT 이용이 활성화되고, 국내에서 유튜브,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사업자 영향력은 확대되고 있다. 유튜브는 10대는 물론 50대까지 국내 앱 이용시간 1위 동영상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넷플릭스도 한국 영상 콘텐츠 제작시장에 가장 영향력이 큰 '콘텐츠 공룡'으로 급부상했다. 반대로 지상파 영향력은 낮아지고, 유료방송의 주문형비디오(VOD) 매출은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국내 미디어 사업자들이 OTT와 대등한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과도한 규제를 대폭 개선해나가야 한다. 특히 국내 사업자에만 적용되는 각종 편성규제·방송심의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OTT 대비 인터넷(IP)TV, OTT 대비 케이블TV, OTT 대비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를 규제하는 것이 아닌 OTT와 대등한 정책 환경에서 국내 미디어 사업자들이 경쟁하고 판을 벌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하는 것이다. 나아가 금지하는 것 이외에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도 필요한 시점이다.
다행히 방송통신위원회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을 통해 방송법,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IPTV법) 등 미디어 법 전반을 정비하는 한편, OTT를 현행 미디어 체계로 끌어들여 규율하는 방안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대선주자들도 현행 미디어 시자의 규제체계에 대해 개선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당장 현 정부에서 힘들다면 차기 정부에서라도 미디어 규제 체계에 대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단순히 규제 완화라는 모호한 청사진이 아닌 구체적인 방안으로 국내 미디어 사업자들이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도래하길 희망한다.
이지은 중기IT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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