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고인 물은 썩는다"
2022-02-23 06:00:00 2022-02-23 07:30:30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4대강 재자연화 사업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토목사업으로 점철됐던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 계승 의지도 분명히 했다. '반문재인'에 집착, 현 정부의 정책을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제출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매니페스토 비교 분석을 위한 질의서' 답변에서 윤 후보는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4대강 재자연화 사업을 3대 폐기 과제로 분류했다. 이에 대해 "4대강 재자연화는 친수(親水) 관리와 이용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MB의 4대강 사업은 인간이 얼마나 자연을 황폐화할 수 있는지 극단적으로 보여줬다. 보로 강물을 가두면서 강이 썩어 녹조가 생겼고, 심지어 주변 농산물에서는 독성이 검출된다는 전문가 지적이 이어졌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COD(화학적산소요구량) 기준으로 4급수 이하는 먹는 물로 공급할 수 없다"며 "현재 낙동강 하류 쪽 수질은 4급수에 육박하고 있으며 오염도가 심한 물에서 자라는 깔따구 유충이라든지 실지렁이 같은 것들이 광범위하게 분포하면서 강바닥이 썩어가고 있다"고 했다.
 
원수(原水)가 오염되면 또 다시 인위적 과정을 거치게 된다. 화학약품으로 고도의 정수를 해야 하는데 인체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은 고도 정수처리를 해도 완벽하게 제거하기 어렵다. 원수가 깨끗해야, 이를 기반으로 낚시나 수영, 강변 산책 등 친수 활동이 가능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결국 답은 원수 수질의 보장에 있다.
 
환경운동가 출신인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한 라디오에서 "독성이 심한 녹조가 낀 물에서는 아무리 친수 활동을 하더라도 건강에 위협된다"며 "물이 깨끗해야 친수 활동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을 시작하면서 환경의 역습이 시작됐다"며 "녹조라떼에 대해선 대답도 못 하면서 무슨 4대강 사업을 계승하느냐"고 윤 후보의 4대강 재자연화 폐기 선언을 질타했다.
 
국민 절반가량이 문재인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지난 22일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26차 정기 여론조사를 보면, '문재인정부의 4대강 자연화 정책이 유지돼야 한다' 49.0%,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이 재추진돼야 한다' 30.8%, '잘 모르겠다' 20.2%로 나타났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무엇보다 국민 안전과 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4대강 문제를 정치적 주장으로 이용하는 건 무책임하다. 지난 16일 본지의 ((영상)'녹조라떼' 재연되나…윤석열 "4대강 재자연화 폐기") 최초 보도를 계기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이명박정권의 4대강 파괴사업 계승이냐"고 따진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4대강 성과를 강조하며 간접적으로 참전했다. 
 
5대강유역협의회 등 10개 환경단체들은 21일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와 전국 시·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후보의 주장은 '4대강 사업의 망령'을 다시 깨우는 일"이며 "이명박정부의 4대강사업을 승계하고 자연성 회복에 반대하고 나서면 정치적으로 지지자가 결집하리라는 판단은 틀렸다"고 규탄했다. 그럼에도 윤 후보는 "민주당 정권은 이명박 대통령께서 하신 보사업, 4대강 보 사업을 폄훼하며 부수고 있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선후보들이 비전과 정책을 겨루는 TV토론은 앞으로 두 차례 남았다. 4대강 문제는 이명박정부를 시작으로 15년간 거듭된 논란거리다. 여야 후보들이 자신의 의견을 적극 밝히며 이 문제에 대해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4대강 문제를 오랜 기간 파헤쳐 온 '뉴스타파'의 최승호 PD는 "4대강 문제는 그리 어려운 내용이 아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것' 뿐이다"고 했다. 이것이 윤 후보가 대선 출마 명분으로 내걸었던 '상식'이다. 
 
임유진 국회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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