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남 증권팀장
3월 감사시즌을 앞두고 잇따라 상장회사들의 횡령사건이 터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횡령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재무 직원의 대규모 횡령 뿐만 아니라 전현직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의 횡령 혐의까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조롱하듯 '노량진 횡령학원설'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잇따른 횡령에 투자자의 조롱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직원들이 회삿돈을 빼돌려 주식 투자에 나섰다고 진술한 점에서 '횡령 자금으로 주식투자 하는 법'이란 강좌가 개설돼 있는거 아니냐는 투자자의 조롱은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횡령으로 인한 거래정지에서 나아가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까지 이를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을 감안하면 공금을 빼돌려 개인의 영달을 추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지탄 받아 마땅하다. 엄벌에 처해야 함은 자명하다.
올해 초에 유난히 횡령사건이 많은 것도 감독당국이 눈을 크게 떠 상장사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연초 불거진 2215억원의
오스템임플란트(048260)의 횡령 사건에 이어
계양전기(012200) 245억원,
휴센텍(215090) 259억원 규모의 횡령 사건에서 현직 각자 대표이사 등의 횡령 혐의가 발생한 휴센텍을 제외하면 오스템임플란트와 계양전기는 재무 직원의 횡령으로 밝혀진 사안이다.
회사의 공금을 관리하는 재무 직원이 회삿돈을 개인 계좌로 옮겨 주식 투자 등을 진행한 이후 정산 시점에 맞춰 다시 회사 계좌로 자금을 옮겨 눈속임을 했다는 것이 가능할지 묻는다면 현재 경찰조사로 드러난 진술에 기반하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연초 발생한 대규모 횡령 사건이 작년말 결산시점과 올해초 감사 시점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외부감사인의 감사 시점에 맞춰 횡령 발생을 인지한 상장사가 뒤늦게 재무직원을 고소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회계 전문가들은 상장사의 횡령을 막기 위해 내부 직원의 교육을 비롯해 시스템 구축을 지목하지만, 가장 실질적인 대안은 월별 매출 공시를 의무화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별 결산을 통해 상장사의 주주들에게 월별 매출을 안내하는 것으로도 내부적으로는 회계 투명성에 대한 환기가 되고, 주주 입장에서도 상장 회사의 매출 흐름을 보면서 영업 상황에 대한 올바른 접근이 가능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사의 월별 매출을 개별 기업이 소속된 국가의 공시 사이트를 통해 확인하고, 회사의 경영 계획 수립에 반영하는 작업을 한다"면서 "경쟁사의 월별 매출은 모두에게 공표가 되지만, 정작 우리 회사의 월별 매출에 대한 숫자는 (숫자를 요청한) 일부 기관 등에만 제공되고 정작 소액주주에게 공식적으로 공표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지분 보유 비중이 높은 기관투자자에게는 관련 정보가 제공되지만, 정작 소액주주에 대한 정보 비대칭 문제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단순 정보 비대칭을 넘어 횡령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대안이 된다면 정책 입안자가 눈여겨볼 대목이다.
횡령 사건을 단순히 직원 한명의 일탈로 치부하고 법적 처벌을 강화하는 당연한 조치를 넘어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해 수많은 소액주주가 피눈물을 흘릴 수 있음을 먼저 감안해 보자. 상장사의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는 이정도까지 해야하나 싶을 정도로 강화해 보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판에도 안 고치는 것보단 낫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금융감독당국의 빠른 정책 보완을 기대해 본다.
최성남 증권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