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연간 120만원의 '장년수당' 도입을 약속했다. 퇴직 후부터 공적연금을 받기 전인 60~65세의 장년들이 일시적으로 빈곤에 빠지지 않도록 복지 사각지대 보완을 들고 나섰다. 이 후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전통시장을 빼놓지 않고 찾았고, 시장 찬 바닥에서 쭈그린 채 물건을 파는 고령의 어머니들을 볼 때마다 눈물을 보인 바 있다.
이 후보는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 동작노인회관 경로당을 찾았다. 이 후보는 경로당에 들어서자마자 일일이 노인들의 손을 잡고 연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 후보는 "제가 어머니, 아버지가 안 계시고 해서"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큰 절도 올렸다.
이 후보는 쇼파 등에 앉아있던 노인들에게 예를 갖추기 위해 바닥에 앉아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한 노인은 "노인들 중에는 외롭게 지내는 분들이 많다"며 "혼자서 점심 한 번 먹기 힘들어서 경로당을 찾는데 물가가 올라 반찬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 후보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경로당이 밥도 먹고, 보살펴주고, 취미 활동도 하는 종합 복지시설로 기능하고 있다"며 "같이 살고, 식비도 같이 내면 비용도 꽤 절감되고 만족도도 높을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9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2동경로당을 방문해 전국경로당 회장단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의 이날 행보는 전날 공개된 '욕설 녹취록'으로 도덕성에 상처가 난 데 따른 대응 성격도 짙어 보인다. 녹취록에는 이 후보의 형 재선씨가 어머니에게 패륜적 막말을 하자, 이 후보가 흥분해 거친 욕설을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이에 대해 "사과드린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제 어머니도 안 계시고, 상식 밖의 정신 질환으로 부모에게 도저히 인간으로서 감내할 수 없는 패륜을 저지른 그 분(재선 씨)도 떠났다"고 했다.
이 후보는 "제가 당시 형님 부부를 쫓아 다니기도 했다. (형님이)치료는 안 되고 일을 자꾸 벌이니 어쩔 수 없었다"며 "녹음 내용을 여러분들이 직접 한 번 전체를 다 보고 우리 가족의 고통과 어려움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후보는 당시 상황이 떠올랐는지 답변하는 내내 한숨을 쉬거나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평소 이 후보는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에서 시장을 방문할 때마다 고령의 노인들이 찬 바닥에 쭈구려 앉아 장사하는 장면을 지나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여러차례 눈물도 보이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날도 "어르신들께서 가난과 외로움에 고통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그것이 우리 사회 공동체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가 이날 발표한 '어르신 정책 7대 공약'에도 노인들이 가난 등에 고통받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 주를 이뤘다. 이 후보는 "어르신들께서 가난과 외로움에 고통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그것이 우리 사회 공동체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특히 퇴직 후 공적연금을 받기 전인 60세부터 65세 장년의 소득 공백에 주목했다. 이 시기 소득이 끊기게 되면서 노인 빈곤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 후보는 "많은 분들이 60세를 전후로 퇴직하지만 노후를 위한 공적연금이 바로 지급되지 않는다"며 "60세 이후부터 공적연금이 지급되기 전까지 기간에 대해 연간 120만원의 '장년수당'을 임기 내에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65세 이상 어르신 중 소득하위 70% 이하 부부에게 동일한 금액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도 했다. 현행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어르신 중 소득하위 70% 이하에게만 지급하도록 돼 있으나, 이마저 부부가 함께 대상자일 경우 20%를 감액해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 후보는 "감액을 피하고자 위장이혼도 불사한다는 말이 있다"며 "기초연금 지급시 불합리한 부부 감액을 폐지하고 동일한 금액의 기초연금을 임기 내 지급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에 따르면 60대 노인에 대한 장년수당과 기초연금 부부 감액 시정 등을 추진할 경우 소요될 예산은 총 3조원대 수준이다.
또 이 후보는 임플란트 건강보험 확대 적용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인층이 임플란트를 통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삶"을 이룰 수 있도록 국가가 돕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후보는 지난해 8월 경선 과정에서 약속한 '어르신 요양 돌봄 국가책임제'도 시행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병원 대신 가정에서 재활·간호·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확충할 방침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9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2동경로당에서 어르신 정책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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