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젓가락으로 재활용 합판 제작 도전"
사회적기업 '오롯컴퍼니' 이종건 대표 인터뷰
쓰레기로 버려지던 나무젓가락, 시공재료로 '업사이클링'
소셜벤처 경연대회 대상…인테리어 용도 벌써 인기
2022-01-10 06:00:00 2022-01-10 06:00:0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배달음식 먹으면 나무젓가락 한 번 쓰고 그냥 버리는데 아깝잖아요. 버리지 않고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서울 강동구에서 사회적기업 ‘오롯컴퍼니’를 운영하는 이종건 대표(38)는 대학에서 건축설계를 전공한 시공인이다. 일반적인 인테리어 시공부터 노후 주택 집수리, 시공자 양성, 빈집·곰팡이 연구 등을 수행하는 오롯컴퍼니는 한 건물 지하층을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사무실에 별도의 상수도 시설이 없어 직원들과의 식사는 거의 매번 배달음식을 주문했고, 나무젓가락은 사용 후 일반쓰레기로 버리는게 당연했다. 이 대표는 작년의 어느 날 ‘이건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이 대표는 “나무젓가락을 한 번 쓰고 버리는데 죄책감이 들었다”며 “폐목재를 시공재료로 재활용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나무젓가락도 시공재료로 충분히 만들 수 있겠다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종건 오롯컴퍼니 대표가 서울 강동구 사무실에서 나무젓가락과 나무젓가락을 재활용한 우드칩을 비교하고 있다. 사진/오롯컴퍼니
 
이 대표가 알아보니 국내엔 나무젓가락을 재활용하는 업체가 없었다. 한 해에 25억개의 나무젓가락이 버려지지만, 재활용 방안이 마땅하지 않다는 이유로 일반쓰레기로 분류된다. 나무젓가락은 화학처리를 해 썩는데 20년이나 걸린다.
 
마침 유튜브에서 한 동영상을 발견했다. 캐나다에 있는 촙밸류(Chopvalue)란 회사가 나무젓가락을 우드블록으로 재활용했다. 이 영상엔 “이런 회사 생기게 국가에서 지원해달라”는 댓글이 달렸다. 이 대표는 댓글을 달진 않았지만, 기술로 응답했다.
 
이 대표는 “목공 자체는 저한테 친숙한 분야라 개발 자체에서 애를 먹진 않았다”며 “소규모 장비를 사서 3개월간 연구하며 더 친환경적으로, 경제적으로, 미적으로 경쟁력을 갖추는데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나무젓가락 수거는 ‘아름다운 가게’의 도움을 받아 해결했다. 세척 과정은 화학약품이 아닌 EM용액을 사용한 초음파 세척으로 환경 파괴를 최소화했다. 접합하는데 사용하는 본드도 반드시 친환경 인증을 획득한 제품을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사용한 나무젓가락은 소스와 국물로 범벅이 돼 재활용이 어려울거라 예단한다. 하지만, 국물이나 소스는 내부까지 물들지 않고 표면에만 묻어, 얇게 벗기면 백양목 특유의 결이 살아나면서 미적인 효과까지 준다.
 
이 대표는 “연구 끝에 나무젓가락을 가로·세로로 교차하는 직교 고온압축 기술을 적용했다”며 “나무젓가락을 시공재료로 활용하면 휨, 강도, 무게, 수분, 곰팡이 모두 기존 인테리어용 합판보다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오롯컴퍼니가 개발한 나무젓가락 재활용 우드칩. 사진/오롯컴퍼니
 
현재 이 대표는 나무젓가락으로 가로·세로 각 20cm의 우드칩까지 시제품(Prototype) 개발에 성공한 상황이다. 이 대표는 올 상반기 안에 우드칩을 연결해 1m가 넘는 인테리어용 합판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캐나다 업체와 다른 기술로, 특허 출원도 준비 중이다.
 
얼마 전에는 나무젓가락 업사이클링으로 기아자동차, 그린카, 열매나눔재단이 개최한 ‘리브리드 환경분야 소셜벤처 재도전 프로그램’에서 다른 소셜벤처들을 제치고 대상을 받았다. 벌써부터 입소문을 타면서 ESG 트렌드에 맞춰 가구 개발을 협업하자는 제의도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우리처럼 나무젓가락을 재활용하는 업체가 생기면 언젠간 나무젓가락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건설 폐기물이 적게 나오고, 빈집이나 폐가를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사업을 해왔던 것처럼 제가 할 수 있는 자원순환 시공재료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종건 오롯컴퍼니 대표가 지난달 22일 ‘리브리드 환경분야 소셜벤처 재도전 프로그램’에서 대상을 수상한 모습. 사진/오롯컴퍼니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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