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신차 출고 지연 현상이 심화되면서 지난해 전기차 돌풍을 이끌었던
현대차(005380) 아이오닉 5,
기아(000270) EV6는 지금 계약하면 1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해 4월 출시된 아이오닉 5의 경우 사전 계약한 소비자들 중 일부는 아직도 차를 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반도체 수급난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신차 출고에 1년 가까이 걸리는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아이오닉 5. 사진/현대차
4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오닉 5는 지난해 총 2만2671대가 판매됐다. 이는 아이오닉 5 사전계약 첫날 2만3760대의 95% 수준이다. 첫날 계약한 소비자들 중 약 1000명은 차를 받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아이오닉 5는 4만대 넘게 사전계약이 이뤄져 절반가량은 8개월 넘게 차량을 받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판매 목표 2만6500대에도 못 미쳤다.
지난해 8월 출시된 EV6 역시 5개월 동안 총 1만1023대가 팔려 판매 목표인 1만3000대를 달성하지 못했다.
EV6는 지난해 3월 사전계약이 이뤄졌는데 첫날 2만1016대를 시작으로 총 3만대가 넘는 예약대수를 기록했다. EV6도 사전계약의 절반 이상은 차량을 인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애초 EV6는 지난해 7월부터 인도될 예정이었지만 반도체 수급난에 따라 8월로 미뤄졌다.
1월 납기표에 따르면 현재 아이오닉 5를 주문하면 출고대기 기간은 12개월, EV6는 13개월 이상이 걸린다. 지난해 보다 3~4개월 정도 길어졌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올해부터 보조금 100%를 받는 차량 가격 기준이 기존 6000만원 미만에서 5500만원 미만으로 내려갔다.
아이오닉 5는 최대 5755만원, EV6는 최대 5980만원에 달하는 만큼 일부 계약자들은 보조금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출고가 빠른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내연기관차 등으로 갈아타는 소비자들이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전기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해 계약을 했는데 기다려야 할 지 취소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기아 EV6. 사진/기아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차는 아이오닉 5 대기고객이 차종을 전환하면 30만~1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전기차 뿐만 아니라 현대차·기아 대부분의 차량이 짧게는 4개월(아반떼)에서 길게는 14개월(쏘렌토 하이브리드)까지도 걸리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인기가 높은 모델은 출고 타이밍이 중요한데 너무 오래 기다리면 고객들은 경쟁사로 옮겨 간다"며 "올해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을 극복해서 빠르게 전기차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반도체 수급난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출고 지연이 해소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올해 상반기뿐만 아니라 빨라도 3분기까지는 반도체 이슈가 진행될 것"이라며 "이를 어떻게 적절히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아이오닉 6, EV6 GT, 니로EV, GV70 전기동화 모델 등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한다. 올핸 연간 판매 목표도 22만대로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 14만대 보다 57%나 높여 잡았다. 반도체 수급 상황에 맞춰 차량 생산일정 조정 등 공급 차질을 최소화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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