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치료제 톺아보기)③신약 대신 약물재창출 성공할까
국내 임상 17건 중 8건 차지…일부 임상 막바지 단계
국내외서 실패 사례 다수…개발 중단 선언하기도
"초기 실험 결과 입증 어렵다" 부정적 예측 다수
2021-12-28 06:00:00 2021-12-28 06:00:00
한국파스퇴르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치료제 개발을 위한 약물재창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따르면 지금까지 승인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은 총 17건이다. 개발 방식별로 보면 약물재창출이 8건, 신약이 9건으로 나뉜다.
 
28일 식약처에 따르면  △크리스탈지노믹스(083790)대웅제약(069620) △GC녹십자웰빙(234690)종근당(185750)신풍제약(019170)대원제약(003220)현대바이오(048410)사이언스가 약물재창출에 해당한다.
 
약물재창출은 기존에 허가받은 의약품의 적응증을 변경해 새롭게 허가를 받는 개발 방식이다. 예를 들어 항암제로 허가받은 의약품으로 별도 임상을 진행해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는 것이다. 임상 과정에서 방향을 틀어 새로운 적응증으로 개발하는 것도 약물재창출이다. 고혈압·협심증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비아그라'가 발기부전 치료제로 허가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식약처는 약물재창출과 신약 임상에 대해 임상시험계획(IND) 심사 기간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약물재창출은 IND 제출 7일 이내에, 신약은 15일 이내에 심사해 결과를 발표한다.
 
약물재창출은 이미 허가받은 의약품으로 치료 효과만 입증하면 되는 만큼 초기 단계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개발 기간이 줄어드는 만큼 소요되는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항암제부터 항바이러스제 등 다양한 제제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개발 기간이 짧아진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도 명확하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의 경우 후보물질 자체가 코로나바이러스에 최적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체내에서 효능이 뛰어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실제로 '렘데시비르'를 비롯해 '덱사메타손', '클로로퀸' 등 다양한 성분들이 약물재창출 형태로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로 등장했지만 실제 효능을 입증받은 것은 렘데시비르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세계보건기구(WHO)나 각국 당국에 의해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성분으로 분류됐다.
 
지난달 17일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당시 전시된 코로나19 약물재창출 치료제 후보물질들. 왼쪽부터 대웅제약 '호이스타정', 신풍제약 '피라맥스정', 종근당 '나파벨탄주'. 사진/동지훈 기자
국내 업체 중에선 일양약품(007570), 부광약품(003000)이 약물재창출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가 임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해 중단을 선언했다.
 
일양약품은 러시아 기업 알펙이 진행하던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성부누명 라도티닙)' 현지 임상 3상에서 표준 권장 치료보다 나은 효능을 입증하지 못해 올 3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서 철수했다. 부광약품은 B형 간염 치료제 '레보비르'로 임상을 진행했으나 주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해 지난 9월 말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업계 안팎에선 임상 과정에서의 유효성 입증을 관건으로 보면서도 약물재창출을 통한 코로나19 치료제 가능성은 낮게 평가하고 있다. 초기 실험실에서 진행된 연구 또는 동물 대상 실험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더라도 사람에게 투여했을 때 효과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처음부터 코로나19 치료제로 발굴된 후보물질이 아니더라도 초기 단계의 연구에선 치료 효과가 높게 나올 수 있지만 임상 과정에서 이를 입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며 "식약처 승인을 받아 진행 중인 약물재창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도 이전의 실험 결과보다 사람에게 투여했을 때 얼마나 효과가 나오는지를 입증하는 게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약물재창출은 개발 기간 단축과 비용 감축이라는 뚜렷한 장점이 있는 반면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한계점도 명확하다"라면서 "개발 기간과 비용이 줄어든다고 임상에서 더 높은 효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라 약물재창출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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