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범죄 왜 못 막나)③"처벌 강화 능사 아니야…'피해자 보호'가 먼저"
성폭력·가정폭력·스토킹 등 관련법 규정 산만
전문가들 "기본법 제정, 피해자 보호 강화해야"
2021-12-22 06:00:00 2021-12-22 06:00:00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올해 ‘마포 오피스텔 감금·살인 사건’, ‘이석준 스토킹 신고 보복 살인’ 등 보복범죄가 부각되며 가해자 처벌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스토킹 등 보복범죄에 관한 법안들을 쏟아냈지만 대부분은 처벌에 초점을 맞췄을 뿐, 정작 피해자 보호 방안은 뒷전이 된 모습이다.
 
법조계, 학계 등 전문가들 사이에선 보복범죄 사후 처벌 강화 보다 피해자 보호 방안이 더 시급하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특히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피해자 보호에 관한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성폭력방지 등에 관한 법률, 가정폭력 피해자는 가정폭력방지 등에 관한 법률, 스토킹 피해자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 피해자 관련 보호 법령은 산발적으로 있다”며 “개별적으로 산재돼 있는 피해자 보호 관련 법령을 형법 개정 등 기본법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경찰청 훈령에 피해자 보호 방안이 있지만 강력한 기본 법령이 필요하다”며 “기본법 안에 피해자와 가해자를 완벽하게 분리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훈령이 아닌 피해자 보호를 강제할 기본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경찰은 피해자 신청 또는 직권으로 △100m 이내 가해자 접근 금지 △전화 금지 등의 긴급 조치를 할 수 있다.
 
승 연구위원은 “100m 이내 접근 금지, SNS 금지 정도가 아니라 가해자 피해자간 거리를 확실하게 분리할 방안이 적용돼야 한다”며 “(경찰 등 수사기관이) 위치 정보를 확인해 가해자와 피해자가 적어도 2km 이내 또는 3km 이내 반경에서 맞닥뜨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피의자 아닌 사람이 피의자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 지금까지 피의자 인권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지금 피의자 아닌 사람이 피의자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제는 피해자의 고통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제정안 보다는 현재 있는 관련 법안들을 세밀하게 다듬고 보완함으로써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보복범죄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특가법)이 있는데, 별도 법안을 만드는 것은 옥상옥이 될 수 있다”며 “여기서 좀 더 보완해서 피해자를 예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 특가법상 피해자에 대한 사전 보호대책과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특신법)의 보호 대상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부연이다. 보호 대상을 ‘보복범죄의 위험이 있는 자’로 확대 적용해 범죄의 모든 피해자를 포함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찰이 가해자 구속 사유에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를 명문화하는 방안에 대해선 “(가해자가) 피해자 ‘위해’를 가할 우려 자체를 평가하는 기준부터 정해야 할 것”이라며 “위해 우려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으면 (구속영장 발부 판단에) 남용될 여지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 밖에 사법기관 사건 처리에 대한 보복범죄위험평가지표를 개발하고, 평가결과를 계량화해 단계별 신변안전에 대한 구체적 조치방안과 책임을 명시할 필요성도 제시했다.
 
사진/뉴시스 그래픽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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