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부산·울산·경남(PK) 민생 대장정 첫날 부산을 찾아 "언론 환경이 매우 나쁜데, 우리가 언론사가 돼야 한다"면서 "카카오톡으로, 텔레그램으로, 댓글로, 커뮤니티에서 열심히 써서 언론이 묵살한 진실을 알리고 우리 손으로 고치자"고 강조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맞대결이 확정된 가운데 지지자들에게 온라인을 통한 민심 공략, '손가락 혁명'에 나서달라는 당부다.
이 후보는 12일 저녁 부산시 중구 BIFF 광장을 찾아 시민들을 만났다. 이 후보는 "이재명, 대통령"을 연호하는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한 표를 부탁했다. 보수 강세 지역인 부산이지만,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형수 욕설 사건 등을 언급하며 이 후보에 대해 배타적 의견을 쏟는 시민은 찾기 힘들었다.
이 후보는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다가 갑자기 화단으로 올라가 "여러분, 새로운 나라 원하시죠?"라면서 즉석 연설을 시작했다. 이 후보는 "국민이 나라의 주인으로 존중받는 나라, 모두가 공평한 기회를 누리는 나라 원하시죠?"라고 묻고는 "여러분과 함께 제가 반드시 그런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그는 특히 "언론 환경이 매우 나빠서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어도 잘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으로 도배가 된다"라면서 "상대방은 엄청나게 나쁜 짓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넘어가는데, 이럴 때는 우리가 언론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식을 전하고 우리의 진실을 알리고 저들의 잘못을 커뮤니티에서 열심히 써서 언론이 묵살하는 진실을 알리고 억울하게 왜곡된 정보들을 우리가 고지차"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여러분과 함께 확실하게 더 새로운 나라,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나라, 우리 청년들이 친구와 적이 될 정도로 전쟁이 아니라 협력하며 도전할 수 있는 희망 넘치는 나라, 기회 넘치는 나라. 여러분과 함꼐 꼭 만들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의 연설은 유튜버와 누리꾼 등 젊은 지지자들에게 온라인을 통한 민심 공략, '손가락 혁명'에 나서달라는 당부다. 이 후보는 2017년 경선에서도 손가락 혁명을 강조했고, '손가락혁명군'(손가혁)이라는 팬클럽을 만들기도 했다.
12일 저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부산시 중구 BIFF 광장을 찾아 시민들을 만난 뒤 즉석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 후보는 영화관으로 이동해 시민들과 함께 '1984 최동원'을 관람했다. 1984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롯데 자이언츠가 고 최동원 선수의 맹활약으로 삼성 라이온즈를 4승3패로 꺾고 우승한 기적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당시 최 선수는 전무후무한 4승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부산이 낳은 불세출의 영웅은 훗날 구단들 반대에도 어렵게 운동하는 후배들을 위해 지금의 선수협 토대를 일궜고, 민주당 간판을 달고 정계 진출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최 선수는 경남고 선배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민주자유당 출마 권유를 물리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있는 꼬마민주당 소속으로 부산 서구 광역의원에 출마, 다시 한 번 불가능에 도전했다. 이런 이유로 최 선수는 부산에서 의리의 상징으로 꼽힌다. 이 후보가 부산을 찾아 굳이 최 선수 영화를 관람한 건 '부산 의리' 정서에 호소하겠다는 취지다. 진영이나 지역이 아닌 인물을 봐달라는 것. 이번 영화 관람 일정은 부산에 지역구를 둔 최인호 비서실장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관람에는 최 선수의 모친인 김정자 여사를 비롯해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도 동석했다. 김 전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부산 연제구에서 당선됐다. 조국 사태를 비롯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문 사건 등에서도 소신 발언을 이어가 당내 개혁파로 분류된다.
이 후보는 민생 대장정 이튿날인 13일엔 부산 남구 유엔 기념공원을 참배하고 부산지역 스타트업·소셜벤처인들과 간담회, 부산 청년들과의 국민반상회 등을 가질 예정이다. 이어 마산으로 이동해 3·15의거 발원지를 찾고 마산어시장에도 들린다. 또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인 거제로 옮겨 예비부부와 함께하는 명심캠프 토크쇼를 진행할 계획이다.
부산=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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