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KT&G(033780)가 배당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올해 연말 배당을 목적으로 뒤늦게 종목을 찾는 투자자들에게 1순위 후보가 될 전망이다.
KT&G는 지난주 4일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연결 매출액은 1조5684억원, 당기순이익 359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2%, 29.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239억원으로 2.3% 감소했지만 시장 예상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은 성적이었다.
사업부문별로 살펴보면 내수 담배와 중동 수출이 부진해 별도 실적은 좋지 않았다. 반면 과천 지식정보타운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V)으로 참여했던 분양사업의 매출이 잡히고, 해외담배법인 실적이 좋았던 덕분에 연결 실적으로는 무난하게 나왔다.
내용만 보자면 선방한 수준으로 그다지 좋을 게 없는 성적인데 연말 배당주로는 첫 손에 꼽을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KT&G는 내년 면세점 부문의 실적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 면세점의 모습. <사진/ 뉴시스>
회사 측은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을 함께 밝혔다. 1조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하고 올해부터 2023년까지 3년간 1조7500억원을 배당한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3년간 배당한 총액이 총 1조6600억원이므로 1100억원 정도 증액하는 것이다. 우선 내년 2월4일까지 410만주 매수를 예고했다.
현재가 기준으로 1조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할 경우 약 1100만주가 넘는 주식을 사들이게 된다. 이는 KT&G의 발행주식 1억3729만주의 8%가 넘는 비중이며 현재 보유 중인 1321만주에 버금가는 숫자다. 자사주 매입은 주주들에게 직접 배당금으로 돌려주는 환원책은, 아니지만 자사주에는 배당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주주 몫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키움증권은 자사주 매입으로 인한 유통주식 수 감소와, 회사 측의 계획대로 배당금 규모를 증액할 경우 내년부터는 주당 300원 정도 배당금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장 올해만 해도 나쁘지 않다. KT&G는 지난해 주당순이익(EPS) 8535원을 벌어 그중 절반이 넘는 4800원을 배당했다. 올해 이익은 그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당 배당금은 줄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KT&G의 실적발표를 앞두고 주가가 8만6100원까지 올랐는데도 여전히 5.5%의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만약 키움증권의 예상대로 내년부터 300원이 증액된다면 배당수익률은 5.9%로 오르게 된다.
절대수익률로는 이보다 높은 고배당주들이 있지만 시황에 영향을 많이 받거나 배당락 후 주가가 크게 하락할 때가 많아 연말에 매수하기엔 부담스러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KT&G는 이들과 달리 경기에 둔감한 사업을 한다는 점, 평상시 주가가 안정돼 있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본업에서도 올해보다는 내년이 좋다. 위드코로나로 해외여행이 풀릴 경우 면세점 담배와 홍삼 매출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원달러환율이 강세인 것도 KT&G에게는 긍정적이다.
큰 손 투자자들도 연기금과 보험, 운용사, 사모펀드 등 기관들은 두루 순매수에 동참한 상황이다. 외국인들도 이달 1일까지 매도 우위를 보이다가 2일부터 매수세로 돌아섰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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