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딱딱하고 보수적인 기업문화의 대명사였던 중공업 기업들이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시장이 디지털화하고, MZ세대 직원들도 증가하면서 기존의 보수적인 경영 방식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철강사 포스코는 지난 1일부터 그룹사 직원들이 공유하는 거점오피스를 여의도 파크원과 을지로 금세기빌딩에 마련했다. 여의도는 70석, 을지로는 50석 규모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강남 본사에 출근하지 않고 집 근처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할 수 있게 됐다.
거점오피스 근무를 원하는 직원은 근무 계획을 수립해 사전 승인을 받은 후 공간을 예약하면 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장거리 출퇴근 직원들의 피로를 줄이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정착된 원격 근무와 MZ세대 직원들의 눈높이에 맞춘 자율적이고 유연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공유형 거점오피스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의도 파크원에 마련된 포스코 거점오피스 '위드 포스코 워크 스테이션'. 사진/포스코
한화시스템 ICT 부문은 메타버스 플랫폼인 '게더 타운(Gather Town)'을 통해 올 하반기 개발자 채용을 진행했다. 한화시스템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지난해부터 면접을 화상으로 진행했는데, 지난달부터는 메타버스 방식으로 아예 전환했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과 같은 사회·경제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메타버스 면접은 아바타로 보는 '가상면접'인 셈이다.
ICT 부문을 시작으로 방산 부문도 신입사원 교육과 사내교육훈련(OJT)를 메타버스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조상제 한화시스템 인사지원실장은 "지원자들의 편의와 안전을 고려해 다양하고 유연한 디지털 채널 활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공업 기업들은 다른 기업과 달리 유튜브 운영 또한 보수적인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를 바꾸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이전에는 딱딱한 기업 홍보 영상이 주로 차지했다면, 최근에는 MZ세대 직원들이 직접 출연하거나, 최신 편집 트렌드를 활용한 영상들이 늘고 있다.
조선업을 하는 현대중공업의 경우 자사 유튜브 채널에서 자취 경력 9년차 직원이 초간단 요리법을 알려주는 시리즈를 꾸준히 업로드 중이다. 신입사원들이 안전교육을 받는 공간이나 구내식당 메뉴를 소개하는 영상 또한 보다 말랑말랑한 편집 기법을 통해 제작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사내 유튜브 채널 시리즈 '호기심Q'. 사진/현대중공업TV 캡처
삼성중공업 또한 올 하반기 신입사원을 채용하며 회사와 업무, 비전을 소개하는 영상에 MZ세대 직원들을 출연 시켜 더욱 친숙하게 제작했다.
중공업 기업들은 그동안 IT나 스타트업에 비해 근무 방식 혁신 속도가 빠르진 않았다. 기존 문화가 보수적인 데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인력들이 많아 본사 직원만 편의를 준다는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언택트(Untact) 근무가 일상이 되면서 변화의 바람이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기업의 중심이 되는 MZ세대의 장기근속을 위해서라도 사내 문화 혁신은 필수가 되고 있다. 실제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지난 7월 20·30대 9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불합리한 조직문화를 경험했을 때 어떻게 행동했는가'라는 질문에 60.7%가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현하진 않았지만 곧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가 시장과 더욱 교감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잡기 위한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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