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코스피가 가까스로 3000선을 회복했으나 공매도 우려는 한동안 가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매도의 선행지표인 대차잔고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코스피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공매도가 지목되는 가운데 대차잔고가 76조원에 육박하면서 공매도 거래 추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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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대차잔고는 7월 이후 처음으로 75조원을 넘기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22일까지 7거래일 간 75~76조원대를 오가며 올해 대차잔고 최상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19일 대차잔고는 76조7122억원까지 늘어나 지난 2018년6월20일(77조6268억원)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대차잔고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린 물량으로,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해석된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종목을 빌려와 높은 가격에 판 뒤, 가격이 떨어지면 싼 값에 되사 갚아 차익을 취하는 전략이다. 빌린 주식이 모두 공매도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대차잔고가 늘어나면 그만큼 앞으로 증시가 하락할 것으로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대차잔고가 80조원을 넘어섰던 2018년 상반기는 미중 무역 분쟁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시기다. 당시 5월과 6월 대차 잔고는 80조원을 넘어섰는데, 6월까지 2400선 중턱에 있던 코스피는 하반기에 지속적으로 빠지며 연말 2000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공매도를 하기 위해서는 주식을 빌려야 하기 때문에 대차잔고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대차잔고가 늘어나는 건 공매도를 선행해서 움직이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투자자들도 공매도 추이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코스피 하락장이 시작된 지난 7월부터 공매도 거래대금은 다시 증가 추세에 있다. 이달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4620억원으로 7월(3611억원)보다 약 1000억원 더 거래되고 있다.
업종별 대차잔고는 최근 상승폭이 컸던 업종 위주로 급증하는 경향을 보였다. 섬유의복이 지난달 말 2337억원에서 2684억원으로 14.8% 급증했으며 유통(14.2%), 기계(12.9%), 운수창고(8.0%), 음식료(5.7%) 등의 증가세도 가팔랐다.
섬유의복은 위드코로나 기대감에 하락장에도 불구하고 9월 이후 업종지수가 10.76% 상승했다. 유통과 음식료 등도 3~4% 하락에 그쳐 코스피 하락률(-5.48%)보다 나은 성적을 거둔 업종이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속한 전기전자 업종 지수는 7.8% 가량 하락했으나, 대차잔고 역시 4% 가량 늘어나 추가 하락을 점치는 투자자들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가오는 위드코로나에 약세를 보이던 운수창고업도의 대차잔고도 8.0% 더 늘어났다.
반면 대차잔고가 오히려 줄어 '저점' 기대감을 키우는 업종도 있다. 올 상반기 주식 상승장에서도 수혜를 보지 못한 의료정밀(-26.8%), 의약품(-13.0%)은 대차잔고가 크게 줄었다. 9월 이후 코스피 하락장에서 의약품은 약 17.6%, 의료정밀은 9.8% 하락하며 급락세를 보였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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